공유하기
입력 2004년 8월 29일 19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뿌린 만큼 거둔다=앞으로 전 세계 인구가 쓸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은 얼마나 될까. 임 본부장은 “석유는 40년, 가스는 70년이면 동이 난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각국의 에너지 자원 선점(先占) 경쟁은 말 그대로 ‘전쟁’이다.
“미얀마 A-1 광구 시추 결과 대량의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일단 확인되자 인접 A-3 광구 개발권을 놓고 인도와 사활을 건 한판승부를 벌였습니다. 인도 정부는 장관들이 총출동해 미얀마를 설득했죠.”
임 본부장은 인도의 ‘다걸기(올인)’ 전략에 밀려 당초 작년 말 사인할 예정이었던 A-3 광구 개발권을 해를 넘겨 겨우 따냈다고 회고했다.
“올해 1월 15일 A-1 광구에 대량의 가스가 묻혀 있는 게 확인됐다고 보고하자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이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산자부 담당 과장은 즉석에서 점심을 사겠다고 하더군요. 이후 A-3 광구 개발권을 놓고 인도와 힘겨루기를 벌이게 되자 산자부에서 총출동해 미얀마 정부를 설득했습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그동안 들인 공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1997년부터 미얀마 정부에 매년 1억5000만∼2억달러 규모의 원유와 석유제품을 공급하면서 쌓은 교분은 결정적이었다.
▽지성이면 감천?=임 본부장은 독실한 불교 신자다. 집무실에는 불상이 가득하다. 틈 나는 대로 오대산의 한 절을 찾아 치성을 드린다. 반면 이태용(李泰鎔) 대우인터내셔널 사장은 눈 뜨자마자 기도부터 하는 기독교 신자다.
임 본부장은 “부처님과 예수님이 함께 밀어준 덕분에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A-1 광구를 시추할 때 임 본부장은 두 번이나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했다. 지하 3100m를 파고들어 가야 하는 시추기가 2600m 지점에서 5일가량 헛바퀴를 돌았다.
이에 따라 당초 이 지점에서 시추기를 52도 꺾어 파고들어 가려던 계획이 좌절됐다. 대신 수직으로 땅을 파고들어 갔다. 가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30%의 지분을 양도했던 인도 석유공사와 가스공사가 발을 빼겠다고 통보했다.
긴급회의가 열렸다. 지구물리학 박사인 양수영 당시 에너지개발팀장이 2600m 지점에서 원래 계획대로 다시 시추를 하자고 강력히 주장했다. 긴장된 가운데 불확실성에 맞서기로 했다. 며칠 후 인도는 땅을 쳐야 했다.
▽꿈은 이루어진다=임 본부장은 “아시아 국가들은 원유의 대부분을 중동에 의존하는데 이 때문에 ‘아시아 프리미엄’이 붙어 배럴당 1달러 정도를 더 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수송비용이 덜 들고 석유 공급처를 다각화할 수 있는 아시아지역 에너지자원 개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미얀마 페루 베트남 등 모두 8곳에서 에너지 자원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사장은 물론 전 임원이 참가하는 에너지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전사적 지원을 쏟아 붓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곧 미얀마 A-1 광구에 대한 2차 시추와 인접 A-3 광구에 대한 탐사작업에 나선다. 임 본부장은 매일 밤 석유와 가스가 펑펑 쏟아지는 꿈을 꾸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