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도 기업도 돈 안쓴다… 예금회전율 사상최저

  • 입력 2004년 8월 25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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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는 돈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과 가계가 각각 투자와 씀씀이를 줄이면서 은행의 예금회전율(예금지급액을 예금 평잔액으로 나눈 값)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들이 회사 내부에 쌓아놓은 자금이 늘어나면서 유보율(자본금 대비 잉여금 비율)도 크게 높아졌다.

▽예금회전율 사상 최저=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 지방 특수은행 등 국내 은행 전체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999년에 67.0회까지 치솟았다가 △2001년 39.0회 △2003년 31.9회로 낮아졌으며 올해 5월 24.1회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1999년 91.0회에서 올해 5월에는 29.7회로 뚝 떨어졌다.

예금회전율이 낮다는 것은 예금자들의 자금사정이 좋아 예금에 대한 의존도가 낮거나 돈의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묻어두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좋아지면서 당좌예금 회전율은 1999년 1105.6회에서 올해 5월 374.3회로 크게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나 기업이 필요할 때 수시로 인출해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의 회전율이 떨어진다는 것은 전반적인 자금사정이 양호한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돼 자금이 원활하게 돌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유보율도 높아져=기업들이 불확실한 경기 전망 때문에 투자를 줄이면서 유보율도 크게 높아졌다.

증권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2월 결산 525개 상장회사의 유보율은 445.85%로 지난해 말(410.58%)보다 35.27%포인트 증가했다.

유보율은 재무구조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자금 여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별로는 태광산업이 2만4513.2%로 유보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SK텔레콤 1만4108.5% △롯데칠성 1만1670.2% △롯데제과 1만1531.7% △남양유업 1만1112.1% △영풍 5701.4% 등의 순이었다.

삼성전자는 6월 말 현재 유보율이 3554.9%로 6개월 사이 369.3%포인트 상승했다.

증권거래소는 상장회사의 유보율이 높아진 것은 상반기 사상 최대 순익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가 상당 기간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투자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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