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침체 우려]수출로 버티는 한국경제 ‘사면초가’

  • 입력 2004년 8월 1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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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짐에 따라 가뜩이나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세계 경제의 엔진’인 미국 경제의 하향세가 가시화되고 있고 ‘10년 불황’에서 탈출했다며 낙관론이 팽배하던 일본마저 최근 경기가 꺾이는 분위기여서 세계 경제의 양 축에 모두 심상찮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반면 국제 유가는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함께 발생하는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선진국 생산, 소비 동반 위축=최근 세계 각국의 경제 지표에서 읽을 수 있는 공통점은 생산과 소비가 일시에 둔화되고 있다는 것.

미국의 6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떨어져 작년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일본도 1.3% 줄어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했으며 중국은 16.2% 늘었지만 5월(17.5%)보다는 증가폭이 줄었다. 유럽에서도 독일이 1.9%, 이탈리아가 0.7% 떨어졌다.

소비 역시 감소세다. 미국의 2·4분기 소비 지출은 전분기보다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1·4분기의 4.1%보다 3.1%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2001년 2·4분기(1.0%) 이후 최저치다.

일본도 6월 민간소비 증가율이 1.3%, 소매매출은 2.9%, 근로자가구 지출은 3.5% 감소했다.

고용 사정도 좋지 않다. 지난달 미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3만2000개로 당초 기대했던 24만개를 크게 밑돌았다.

일본도 6월 근로자 임금이 작년 같은 달보다 2.4% 줄어든 것으로 발표돼 소비 위축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의 경우 정부의 의도적인 긴축정책으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빨라 경착륙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의 고정투자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4월 42.8%에서 5월 34.8%, 6월 31.0%로 줄었다. 또 2·4분기 경제성장률이 9.6%로 예상치(10% 이상)를 밑돌았다.

급증하는 미국의 무역수지 및 재정수지 적자(쌍둥이 적자)도 앞으로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6월 무역수지 적자는 558억달러, 7월 재정수지 적자는 692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다.

무역수지 적자는 달러화의 가치 하락으로 미국에 들어오는 수입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세계 각국의 대미(對美) 수출을 줄이는 결과를 낳는다. 또 재정수지 적자는 미국 정부의 해외 차입을 늘려 세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초(超)고유가 행진 지속될 듯=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은 국제 유가. 유가 상승은 기업들의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경우 세계 전체 성장률은 0.5%포인트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최근의 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추가 증산(增産)을 하기 어렵다는 ‘공급요인’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OPEC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2900만배럴로 추가 생산 능력은 60만배럴에 그친다. 이에 따라 추가 공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한 투기 자본이 선물(先物) 매집에 돌입해 7월 말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매수 포지션은 지난달 말보다 2배 이상 많은 3만6000여 계약에 이른다.

에너지경제연구원도 이와 관련해 국제 유가가 4·4분기(10∼12월)에 중동산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최고 4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 사면초가(四面楚歌)=세계 경기 침체와 유가 상승은 한국의 수출 감소와 투자 및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미 7월 수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38.4%로 5월(42%)이나 6월(38.5%)보다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 컴퓨터 등 주력 수출 품목의 증가세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유가는 성장률 감소와 함께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가가 연간 5달러 오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연간 0.3%포인트 떨어지고, 물가는 0.5%포인트 오른다. 13일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38.91달러로 작년 평균치(26.79달러)보다 19.88달러나 뛰었다.

이 때문에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공존하는 세계적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이 민간 경제분석가 5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스태그플레이션을 꼽았다.

미국 경제 분석 기관인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새 위험요인이 부상하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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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기자 koh@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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