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판로 없는 ‘보리풍년’… 농가 1만t 처리놓고 골머리

  • 입력 2004년 6월 20일 2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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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보리 농사가 풍년이지만 판로가 확보되지 않아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수매 물량이 생산량에 못 미쳐 농민들이 스스로 처분해야 하지만 보리는 쌀과 달리 자체 소비나 판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20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보리수확이 98% 가량 끝났으며 기후 여건이 좋아 전체 9000ha의 논에서 4만5000여t의 수확이 예상되고 있다.

전북도 농업기술원이 최근 보리 수확량을 조사한 결과, 10ha당 505kg(40kg 기준 12.6가마)으로 지난해 415kg(10.4가마)보다 22%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올해 도내 보리재배 농가에 배정된 수매 물량은 3만4190t에 불과해 결국 1만여t의 보리는 농가가 스스로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리가 흉년이 든 재작년과 지난해에는 수확량이 수매 배정량을 밑돌았기 때문에 판로에 문제가 없었지만 올해는 풍년이 들어 생산량이 수매량을 초과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남아도는 보리의 가격 하락을 노린 양곡도매상들이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풍년농사를 지어 놓고도 판로를 걱정해야할 형편이다.

김제시 죽산면의 한 농민은 “지난해에는 40kg들이 390가마 밖에 생산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수확기에 비가 전혀 오지 않아 750가마나 거둬들였다”면서 “수확량은 늘었지만 반대로 거래가격은 지난해 가마당 4만5000원에서 올해는 3만2000원대로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농협에 넘겨야할 약정 수매 물량은 189가마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561가마는 알아서 처분해야 한다”며 “도매상들이 없어 계속 팔리지 않으면 가축 사료용으로나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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