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어린 CEO들의 땀 ‘農高주식회사’

  • 입력 2004년 6월 15일 20시 24분


‘농고(農高) 주식회사.’

농촌 학생들이 경영계획서를 작성하고 직접 생산한 무농약 채소와 기능성 빵을 시중에 판매하는 ‘학교 기업’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수익금을 회계처리 해 장학금으로 돌려받거나 학생회 기금으로 활용하기로 해 침체된 농촌학교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지리산 서쪽 자락에 자리한 전남 구례군 구례농고. 전교생이 30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농촌 학교지만 학생들의 창업 열기는 여느 회사 못지않게 뜨겁다.

이 학교는 지난 1월 교사와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학교기업 운영계획서를 교육인적자원부에 제출해 학교기업 실험학교로 선정됐다.

교정에서 100여m 떨어진 300여평의 무농약 채소 재배단지는 학생들의 창업 터전이자 영농 신기술을 배우는 실습공간이다. 학생들은 상추, 쌈케일, 청경채, 치커리, 쑥갓 등을 심어 놓은 채소밭에 틈나는 대로 물을 주고 벌레를 잡는 등 정성껏 가꾸고 있다.

9월 첫 출하를 앞두고 학생들은 최근 소중한 땀의 결실을 맛봤다. 이 채소들이 14일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무농약 인증을 받은 것. 학생들이 재배한 채소가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는 것은 구례농고가 처음이다.

원예과 3학년 이원경양(18)은 “출하될 채소의 시장조사와 납품 계약, 판매 방식 등은 영농학생회가 정하게 된다”면서 “현재 인근 도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점에 납품을 추진하고 학교 홈페이지를 이용한 사이버 직거래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가공과 학생들이 만든 기능성 빵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군청으로부터 즉석식품 판매 제조업 허가를 얻은 학생들은 지리산의 특산품인 산수유와 녹차를 이용한 빵을 선보일 예정.

학생회장 김윤성군(18·농업기계과 3년)은 “농업기계과나 전산과 학생들은 채소와 빵을 생산하는데 직접 참여하지 않지만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갖추고 있어 유통이나 회계 업무를 맡기로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내놓을 제품에 대해 ‘믿어도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학생들은 2002년 전국영농전진대회에서 전국 최고 성적을 거두고 2002년부터 2년 연속 전남영농학생전진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또 6000평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해 매년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경영 노하우를 쌓은 점도 학교기업을 경영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삼지(鄭三祉) 교장은 “학생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기업가 정신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영농창업에 필요한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해 미래의 벤처 영농인을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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