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銀 노사 ‘평행선 대립’

  • 입력 2004년 4월 5일 19시 55분


정경득(鄭庚得·53) 신임 경남은행장은 열흘이 넘도록 임시 사무실이 마련된 마산시내의 한 호텔로 출근하고 있다.

이 은행 노조가 자신의 경영방침과 외부인사 영입에 반발해 5일 현재 12일째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며 출근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의 취임식도 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경남은행 노사는 대화를 계속하고 있지만 서로의 주장이 너무 달라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또 노사갈등 장기화에 따른 업무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노조 주장=이 은행 노조(위원장 김인열)는 당초 정 행장이 데려온 한미은행 출신 부행장 및 부장급 3명의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정실인사로 조직의 화합을 해친다는 이유를 댔다.

여기에다 정 행장이 내건 성장위주의 경영방침도 수용이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 관계자는 “내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영업력 확대를 통해 대기업 본사가 있는 서울지역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은 곤란하다”며 “이는 과거 무리한 경영으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전철을 반복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 행장이 자신들의 주장을 거부하자 한걸음 더 나아가 정 행장 퇴진까지 관철시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날치기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선임된 행장은 인정할 수 없으며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정 행장은 “금융환경이 급변하는 현실에서 영업력 확대를 통한 수익률 증대는 필수”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규제에서 자율로, 보호에서 경쟁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영업력 강화를 최우선 전략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를 위해 마케팅과 수신, 조직관리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전문가 3명을 영입했다는 게 은행 측 주장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는 “영업력을 높여가며 조직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 행장은 “인사와 조직 개편은 은행장의 고유 권한”이라며 철회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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