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銀 “외국은행의 금융시장 지배 위험”

  • 입력 2004년 4월 5일 17시 40분


외국은행의 신흥시장(Emerging Market) 금융업 지배가 금융시장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국제적인 금융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보고서에서 제기됐다.

BIS는 금융위기에 처한 국가에 단기자금을 융자하는 등 국제적인 신용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들이 효율성 증대 등 외국은행의 신흥시장 진입에 따른 긍정적 측면만을 주로 강조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BIS의 이번 보고서 내용은 이례적이다.

신흥시장은 금융회사와 제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금융시장을 말하며 한국 멕시코 등 아시아와 중남미지역 대부분 국가가 포함된다.

지난달 30일 발간된 이 보고서는 1990년대 이후 급증한 외국은행의 신흥시장 진입이 선진 리스크관리 기법 도입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외국은행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금융시장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는 부정적 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은행은 국제적인 경제, 금융, 전략 환경변화나 본국 금융시장의 상황에 따라 현지은행의 전략과 산업별 리스크에 대한 판단을 바꾼다. 이것이 신흥시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특히 외국은행의 지배력이 강한 금융시장일수록 그 영향력의 정도는 강해진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외국은행이 신흥시장 은행을 인수한 후 그 은행의 상장을 철회하고 외국은행의 지점으로 바꾸는 관행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이 경우 은행감독 및 통화당국은 해당 은행의 성과나 리스크관리, 또 이들의 영업행태가 현지 시장의 안정을 저해하는지 등 시장 안정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

또 해당국가의 리스크가 커질 경우 국내은행과 달리 외국은행은 쉽게 철수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BIS는 이런 문제점과 관련해 △일정 규모 이상 외국은행 지점의 영업행위 공시 △국내지점(법인)의 상장 의무화 △국내시장에서 후순위채권 발행을 권장 또는 의무화해 해당 은행의 정보를 시장과 당국이 공유하도록 하는 것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했다. 외국 금융당국과의 협조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14개국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 대표로 구성된 BIS 산하 특별연구팀이 작성했다. 미국 뉴욕 연방은행의 크리스틴 커밍 조사국장이 팀장을 맡았고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김현 금융연구팀장이 작업에 참여했다.

김 팀장은 “그간의 이론적 연구와 달리 이번 보고서는 씨티은행, 도이체방크, 홍콩상하이은행 등 세계 40개 거대 금융회사의 본·지점 영업 관행을 직접 조사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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