딤채신화 ‘구전마케팅’ 모델로

  • 입력 2003년 10월 16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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딤채의 성공을 거울삼아 이온수 제조기 ‘뉴온’의 성공을 위해 뛰고 있는 위니아만도 마케팅팀. 이들은 최근 불황 때문에 꿈쩍도 하지 않는 소비자들 때문에 고전 중이다. 제공=위니아만도
딤채의 성공을 거울삼아 이온수 제조기 ‘뉴온’의 성공을 위해 뛰고 있는 위니아만도 마케팅팀. 이들은 최근 불황 때문에 꿈쩍도 하지 않는 소비자들 때문에 고전 중이다. 제공=위니아만도
미용실이나 피트니스센터를 방문했다가 푸른색이 감도는 캡슐 모양의 물통을 받은 적이 있는가? 받았다면 당신은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는 고소득자이거나 연예인, 또는 사회 저명인사일 가능성이 높다.

7월부터 서울 강남 일대의 고급 미용실이나 골프연습장에는 ‘이온수 제조기’라는 생소한 제품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주로 연예인과 사회 저명인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 제품은 1995년 11월 김치냉장고 ‘딤채’를 선보인 위니아만도 마케팅팀이 ‘제2의 딤채 신화’를 꿈꾸며 설치한 것.

딤채 시판 당시 위니아만도는 시민단체와 유명 요리사, 정치인 등 오피니언 리더라고 불리는 3000여 가정에 무료로 딤채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사용 후 마음에 들면 반값에 살 수 있는 혜택을 줬다. 주부들의 계 모임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11명이 계를 모아 딤채 10대를 사면 1대를 무료로 주는 방식이었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딤채는 첫해 4000대를 시작으로 1996년 2만대, 1997년 7만8000대 이어 2002년에는 74만대가 팔려 나갔다.

서울 강남지역의 고소득층 주부들 입소문 덕분에 큰 성공을 거두자 ‘구전(口傳) 마케팅’이란 말도 유행하게 됐다. 위니아만도의 독특한 마케팅 방식은 최근 영국 헐대학 경영대학원(MBA)의 교재(The Rhetoric and Reality of Marketing)에도 7쪽에 걸쳐 자세히 실렸다.

‘만도-골리앗과 싸운 다윗’이라는 제목으로 김치냉장고를 개발하면서 김치를 100만 포기나 담근 얘기, 대기업인 삼성 LG전자보다 약한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도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사후 품질보증을 강화하고 매출액의 5%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얘기 등이 소개됐다.

새로 시도하는 이온수 제조기는 물의 산도를 조절해 알칼리수(식용)와 산성수(미용) 등 7종류의 물을 만드는, 기존 정수기와 다른 제품이다. 수요를 잘 충족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없는 수요를 창출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면에서 ‘딤채’와 비슷하다.

그러나 고전 중이다. 김종우 마케팅팀 과장은 “3개월이 되는 지금쯤 매출로 이어져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출과의 연계가 더딘 원인을 분석하면서 재미있는 사실도 발견했다. “고소득자들은 의외로 정수기를 잘 안 쓰더군요. 아예 비싼 물을 사먹거나 수돗물을 끓여 마시는 가구가 많았습니다.”

이는 이온수 제조기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기 위해 그들이 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산이기도 하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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