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잡으려다 경제 잡을라' 전문가 진단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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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기위해 강력한 세제 및 금융정책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이의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대두되어 주목된다.

10일 경제전문가들은 건축경기가 수출과 함께 우리 경제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대책이 자칫 향후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했다.

오석태(吳碩泰)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전형적인 부동산 버블(거품) 현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으로 실물경제가 과열되고 과잉투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신용이 팽창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전형적 거품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80년대 일본경제나 90년대 미국 나스닥 거품 붕괴 때와 달리 경제가 겨우 회복기로 돌아서려고 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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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崔榮一) 스탠다드앤푸어스(S&P) 은행담당 에널리스트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타격을 받고 이에 따라 은행 자산이 부실화될 수 있다"며 은행시스템의 불안정을 우려했다. 그는 또 "부동산 관련 업종(건설업 및 건설자재업, 관련 서비스업)의 부채상환능력을 감소시켜 결국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의 부동산 관련업은 임대를 포함해 국내총생산(GDP)대비 15%의 높은 경제비중을 차지한다. 한국도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선진국에서 발생한 부동산 거품 붕괴에 대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가격 붐이 일어난 후 거품붕괴가 일어날 가능성은 40%이고 가격하락 폭은 평균 30%였다. 주식시장 거품 붕괴 시 60%가격이 하락되는 것에 비해 하락폭은 작지만 실제 충격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은 거품 붕괴 후 평균 2년 반 만에 회복되는 반면 부동산은 4년간 침체기가 계속되었다. 부동산 거품 붕괴에 따른 사회적 손실도 국내총생산(GDP)의 8%로 나타나서 대부분의 경우 경기침체로 연결되었다. 부실화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기위해 공적자금 투입으로 인한 재정손실도 엄청났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최 에널리스트는 "결국 가격을 완만히 안정시키며 경제적 충격을 줄이는 시나리오가 이상적"이라 말했다. 그는 "선진국은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 세제 대책과 함께 이자율 및 화폐공급대책을 같이 시행했다"면서 "하지만 자금을 꼭 필요로 하는 경제부문에 자금 공급이 원활히 공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사회적으로 보면 상대적 박탈감을 감안해 특정지역 가격의 급락을 유도해야겠지만, 정말 경제성장과 청년실업을 걱정한다면 주택규제 완화를 통해 공급을 늘리는 방식을 통해 부동산 가격도 잡고 경제성장도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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