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제 석학 美스탠퍼드大 매키넌교수에 듣는다

  • 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16분


《로널드 매키넌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본보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특히 현재 일본이 겪고 있는 디플레이션(저물가+저성장)이 중국과 한국에서 일어날 가능성과 중국 위안화 가치상승(달러당 위안화 환율 하락)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진단해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고(最高)의 금융경제학자로 평가받는 매키넌 교수가 1999년 쓴 '신흥시장 환율제도, 모럴 해저드, 국제적인 과(過)채무'는 한국 등 아시아의 외환위기 원인을 가장 예리하게 분석한 명(名)논문으로 꼽힌다. 그는 또 조윤제(趙潤濟))대통령경제보좌관의 박사학위 지도교수로 한국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이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겪을 가능성이 있나.

“같은 형태의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없다. 한국은 5년째 무역수지 흑자를 올리고 있는 순 채권국이다. 단기 외채보다 많은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다.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규제도 강화돼 민간부문의 단기외채는 감당할 만하다.”

―다른 형태의 위기 가능성은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미국은 현재 순(純)채무만 3조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 채무국이다. 그런데 외국인이 주로 보유한 미국 채권은 미 국채 등 최근 약세가 이어지는 달러화 표시 자산이다. 달러화 약세에다 미 금리마저 1%로 하락하면서 달러화 자산 투자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3000억달러, 5000억달러 이상 달러화 자산을 보유한 중국과 일본의 민간투자자들은 더 이상 달러화 자산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졌다. 게다가 미국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민간 투자자들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화 자산을 위안화 자산으로 바꾸고 있다. 문제는 한 나라의 통화가치가 오르면 주변 국가가 연속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달러화 자산을 위안화 자산으로 변경하는 ‘자산 바꿔치기’는 어떤 문제점을 낳는가.

“디플레이션 압력이다. 가격이 하락하고 성장이 멈추는 현상이다. 일본이 겪고 있는 ‘0% 유동성 함정’(통화량을 풀고 0%까지 금리를 내려도 투자와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현상)을 중국이 겪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현재와 같이 위안화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면 일본이 1971년 달러당 360엔에서 95년 80엔으로 달라진 것처럼 연속적인 위안화 환율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이 중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세계경제 및 아시아경제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을 멈춘다면 한국에는 재앙이 될 것이다.”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디플레이션 위기로부터 자유로운가?

“두 나라보다는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위안화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자들은 한국의 환율을 주목하고,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각국의 환율이 계속 하락(통화가치 상승) 압력을 받게 될 수 있다. 낮은 물가를 감안하면 결국 환율 인하와 함께 디플레이션이 한국을 덮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환율이 큰 폭으로 지속적으로 변화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환율 수준은 상관없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이 현재의 8.3위안이 아닌 7위안이든 9위안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까지 현재 환율이 대체로 유지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믿을 수 있어야만 자산 바꿔치기를 막을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 나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돼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이 환율감시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유럽 국가들은 이런 시스템을 이미 작동시키고 있다.”

김용기기자·국제정치경제학박사 ykim@donga.com

▼로널드 매키넌 교수는 ▼

○ 1935년생(68세)

○ 캐나다 출생(현재 캐나다 국적)

○ 1961년 미국 미네소타대 경제학 박사

○ 1961년∼현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 세계 10여개국 중앙은행 및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미국 대외원조처 자문관 역임

○ ‘경제개발에 있어서 통화와 자본’(1973년)

‘게임의 규칙:국제통화와 환율’(1996년)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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