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연속 무분규 현대重 ‘초대형 勞使잔치’

  • 입력 2003년 7월 24일 2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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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4만잔, 쌀 1280kg을 들인 김밥 2.6km, 축구장 2.2배 크기의 돗자리….’

9년째 무분규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25일 울산에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대규모 노사화합 잔치를 벌인다. 인근 현대자동차가 한달 넘게 분규를 계속하며 진통을 겪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노조 창립 16주년(28일) 기념일을 앞당겨 25일 오후 5시반부터 4시간 동안 사내에서 임직원과 가족 주민 등 3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노사 화합잔치를 개최한다.

이 행사의 참가자는 3만여명. 회사측은 참가자 가운데 성인이 2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한사람당 500cc 생맥주 두잔씩 4만잔을 준비한다. 이는 웬만한 호프집에서 6개월간 판매하는 것과 맞먹는 양. 이 맥주를 탱크로리 5대로 수송할 맥주회사도 “창사 이래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마시는 것을 본적이 없다”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오징어와 땅콩 마른바나나 멸치 등 마른안주도 2t이 준비됐다.

김밥은 1만3000줄을 준비할 예정. 김밥 1줄을 20cm로 계산하면 총 길이가 2.6km에 이르는 셈. 여기에 필요한 쌀은 80kg들이 16가마. 김밥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사원 부인 330여명이 직접 준비할 예정이다.

참가자들이 앉을 돗자리도 가로와 세로 각 10m짜리 140개를 특별제작했다. 이를 모두 이으면 축구장의 2.2배 크기인 4800평. 노래자랑에 참가하는 직원과 가족 330명을 위한 시상금으로 930만원, 행운권 추첨을 통해 330명에게 프로젝션 TV 등 2500만원어치의 경품을 준다.

잔치는 우수 조합원 시상에 이어 사물놀이 및 합창단 공연, 연예인 초청공연, 불꽃놀이 레이저쇼 등으로 이어진다.

이 회사 노종규(盧鍾奎) 총무부장은 “임금협상을 끝낸 뒤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 회사의 제의를 노조가 받아들여 잔치를 열게 됐다”며 “이번 잔치가 제2의 도약을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달 3일 임금 9만7000원 인상과 상여금 200%, 생산성향상 격려금 통상급 100%, 산업평화 유지 격려금 100만원 지급 등에 합의해 1995년부터 9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현대중공업과 3km 떨어진 현대자동차는 6월 20일부터 계속된 노조의 파업으로 지금까지 차량 9만5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1조198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중공업이 잔치를 벌이는 25일까지 협상을 타결짓지 못하면 8월까지 분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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