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經硏 "포퓰리즘정책 쓰면 경제 망가져"

입력 2003-06-17 18:43수정 2009-10-07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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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

이수희(李壽熙) 한경연 기업연구센터소장은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을 제대로 보자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며 “한국 경제가 막연히 강할 것이라 생각하는 낙관론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현상을 경기순환의 침체기라고만 보면 큰일”이라며 “단기적인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시장경제의 기본질서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물경제를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특히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든다고 구호만 외칠 뿐 각종 규제, 친(親)노조 성향 정책 등으로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자칫 실물경제 기반이 허물어지면 한국은 외환위기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한경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경제연구소로 재벌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물경제의 취약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다. 산업생산 침체, 설비투자 부진, 제조업 생산능력 감소 등으로 특징지어진다.

실물 지표의 추락으로 국내총생산(GDP)은 1·4분기(1∼3월)에 이어 2·4분기(4∼6월)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전체의 구매력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96년부터 지난해까지 GDP 성장률은 연평균 4.8%였지만 국내총소득(GNI)은 연평균 2.3%의 성장에 그치고 있다.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 게 아니라 ‘쓰고 싶어도 돈이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기업 경쟁력 악화=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형식적인 부채비율 축소와 인력 감축 위주의 기업 구조조정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기업 경쟁력 강화는 뒷전이었다. 기술 혁신과 설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경쟁력이 붕괴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유형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것은 감가상각분보다 투자를 더 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부채 비율을 급격히 낮추면서 나타난 부작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G투자증권 박윤수(朴允守) 상무도 “한국 기업들의 이익은 최근 크게 증가했지만 매출증가율(성장성)은 이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이는 구조조정으로 금융비용이 줄어 이익이 늘었을 뿐 성장 잠재력이 커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매출증가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

▽시장질서를 다시 세워야=현오석(玄旿錫) 무역연구소 소장은 “새 정부 들어 일관되고 명료한 시장경제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문제에서의 원칙 상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지연, 스크린쿼터 문제 등에서 글로벌화의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며 이는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에 악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좌승희 원장은 “이해 집단의 제몫 챙기기가 치열해질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치가들의 인기영합(포퓰리즘)적 정책”이라며 “과거 일본이나 영국의 예를 보면 나눠먹는 식의 평등주의 정책이 득세하면 경제가 망가진다”고 지적했다.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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