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버린 "SK 경영참여"…"경영진과 지배구조 개혁작업 희망"

  • 입력 2003년 4월 14일 18시 43분



최근 SK㈜의 최대주주로 부상한 외국계 펀드 크레스트 시큐러티스가 SK㈜에 사업계획 재조정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외국자본이 사실상 ‘국내 기업의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크레스트가 SK㈜의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사전 신고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해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한편 10일 공시에서 SK㈜의 지분이 12.39%라고 밝혔던 크레스트는 14일 지분이 14.99%(의결권 기준)로 높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의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소버린은 이날 자신을 ‘장기투자가’라고 강조했을 뿐 적대적 M&A 가능성을 부인하거나 시인하지는 않았다.

▽소버린 “개혁 청사진 필요”=크레스트의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은 14일 ‘SK㈜투자에 대한 소버린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경영참여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자료에서 소버린은 “SK㈜가 SK글로벌 사태와 과거의 수익성 없는 방만한 투자 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이라고 믿는다”면서 “SK㈜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채권자 종업원 규제당국뿐 아니라 모든 주주의 신뢰와 지원을 확보할 수 있는 과감한 개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높은 수익창출을 위해 사업계획 재조정은 물론 현실적이고 즉각적인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성취할 수 있도록 SK㈜ 경영진과 작업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SK㈜에 이사 파견 또는 자산매각 등을 요구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소버린은 또 자료에서 스스로를 국제자본시장에서 20년 이상 활동한 투자기업으로 평균 투자 기간이 4년이 넘는 장기 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크레스트 지분 더 늘어=크레스트는 최근 주식의 추가 취득으로 지분을 14.99%(보통주 기준·우선주 포함시 14.76%)까지 늘린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크레스트가 10일과 11일 각각 264만3020주, 65만9090주의 SK㈜주식을 장내에서 사들여 모두 1902만8000주를 보유하게 됐으며 보통주 지분은 14.99%, 무의결권 우선주를 포함한 지분은 14.76%라고 공시했다.

지난달 26일부터 SK㈜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온 크레스트는 4일 SK㈜의 지분 10% 이상을 확보해 주요 주주가 됐기 때문에 보고의무 시한(10일 이내)인 이날 보고서를 공시했다.

산업자원부는 크레스트 증권이 SK 주식 취득 과정에서 사전 신고의무를 뒤늦게 이행한 것으로 확인돼 크레스트 증권을 외국인투자촉진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산자부는 “기존 주식을 매집해 외국인투자를 할 때는 사전에 산자부 장관에게 신고토록 돼 있다”면서 “그러나 크레스트측은 SK 지분 취득 규모가 10%를 넘은 4일 이전에 신고하지 않고 9일에야 뒤늦게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비록 사전 신고 의무를 어겼더라도 크레스트의 지분 취득행위 자체에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경영권 비상 ▼

▽SK텔레콤의 지배권에도 불똥=이날 SK㈜에서 시작된 경영권 방어의 문제가 SK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SK텔레콤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크레스트의 SK㈜ 보통주 지분이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15%(의결권 기준)에 육박해 이 회사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20.85%)에 대한 의결권이 8.9%로 떨어져 최대 주주로서의 지배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한 것.

이날 정보통신부는 “SK텔레콤의 외국인 지분이 법적 한도인 49%를 초과하면 초과 소유한 지분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서 “이 경우에 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이나 주주에게 6개월 이내에 시정을 지시할 수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크레스트가 SK㈜의 지분을 15%까지 늘려 SK텔레콤의 지배권을 유지하려는 SK㈜에 주식을 비싸게 되파는 ‘그린 메일(Green Mail)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의 의결권이 일부 제한되더라도 SK글로벌 지분을 합하면 12%의 지분 유지가 가능하고 2대 주주인 포스코(6.84%)가 우호지분이어서 SK텔레콤 경영권 자체가 위협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SK㈜의 추가비용 지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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