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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4월 2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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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발표가 나온 뒤에는 “설사 보조금 성격을 인정하더라도 그동안 미국 언론조차 상계관세율을 ‘30∼35%’로 보도해온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나온 상계관세율은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안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종 관세율은 어떻게 되나=외교통상부 박상기(朴相起) 지역통상국장은 “이달 말 방한하는 미국 정부 실사단에 채권은행이 하이닉스에 대해 지원 결정을 한 회의자료를 주면 금융기관 자체 판단에 의한 지원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미 상무부의 잠정 판정에서 내린 상계관세율이 최종 판정에서 낮아진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메릴린치증권은 미 상무부의 상계관세 잠정 부과 결정이 발표되기에 앞서 배포한 투자보고서에서 “이번 사안은 D램 업계에서 종종 나타났던 것”이라며 “미 정부가 최종 결정에서 상계관세를 고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미 정부는 지난해 11월 마이크론사의 제소 이후 줄곧 산업피해 예비판정 이후, 보조금 예비판정 등 ‘예정된 강공(强攻)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외교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당국은 “앞으로 방어할 절차와 시간이 남아 있다”고 하면서도 그동안 채권은행 등의 지원이 자체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는 사실을 미국측에 충분히 이해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파급 효과도 골칫거리=당장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4일 하이닉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해 예비판정을 내린다. 채권은행의 출자전환 등 쟁점이 같아 미 상무부의 결정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많다. EU는 8월 24일 보조금 지급 여부 및 상계관세 부과를 최종 확정한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조선 제지업종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뤄진 금융기관의 출자전환 등의 지원이 사실상 한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란 논쟁에 휘말려 있다.
특히 EU는 한국의 조선업체들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곧 패널을 구성, 분쟁 해결 절차에 들어간다. 가장 큰 쟁점은 하이닉스의 보조금 논쟁과 거의 같다.
안호영(安豪榮) 외교부 통상법률지원팀장은 “금융기관의 지원이라는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사안별로 다른 방어 논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하이닉스 피해 얼마나▼

미국 상무부의 D램 상계관세 예비판정으로 직격탄을 맞은 하이닉스반도체는 2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하이닉스는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57.37%의 상계관세 판정으로 전체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대미 수출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하이닉스측은 “하이닉스의 업계 퇴출을 노린 터무니없는 조치”라고 반발하면서도 “대비책이 충분히 마련돼 있어 당장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는 아니다”며 수습에 나섰다.
전경련과 무역협회 등 경제단체들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른 채권단의 지원을 정부보조금으로 여겨 높은 상계관세를 물린 것은 부당하다”는 견해를 밝혀 D램을 둘러싼 갈등이 한미간의 무역 마찰로 확산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하이닉스 피해 얼마나 되나〓하이닉스의 미주지역 D램 수출비중은 전체 D램 수출물량의 25% 정도. 이를 기준으로 하면 57.37%의 상계관세 판정으로 매달 290억원가량을 예치금으로 내야 한다.
이런 부담 속에 선두 삼성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므로 하이닉스로서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힘겹다. 또 이달 말로 예상되는 유럽연합(EU)의 D램 보조금 예비판정에서도 30% 정도의 관세가 결정되면 매달 500만달러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이러면 수출경쟁력을 잃어 그동안의 회생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 동양증권 기업분석팀 민후식(閔厚植) 부장은 “예비판정 여파로 반도체 업계에 유동성 문제가 불거져 라인 일부를 폐쇄하거나 사업 철수를 검토하는 업체도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닉스는 또 직접적인 수출 피해와 함께 불안감 확산에 따른 협력업체들의 납품기피 현상도 걱정하고 있다.
▽어떤 대응책이 있나〓하이닉스 권오철 전략기획실 상무는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지만 우회 전략을 활용하면 최종판정 때까지는 큰 피해 없이 버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최종판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보조금 무혐의’ 입증에 노력하는 한편 최종판정이 불리하게 나오면 정식으로 맞대응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정부를 통해 미국 상무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거나 마이크론, 인피니온 등을 상대로 역(逆) 상계관세를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하이닉스는 미국 수출시 관세부과를 피하기 위해 미국 오리건주 유진공장의 생산물량을 늘려 현지조달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파하드 타브리지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유진공장의 생산공정을 0.15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에서 0.13μm 수준으로 높이는 작업이 마무리돼 미국 내 생산량을 50% 정도 늘릴 수 있다”고 밝혔다.하이닉스는 또 미국과 유럽의 수출비중을 줄이고 중국과 동남아 등으로 수출판로를 개척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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