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증시의 거울"…상승-하락때 닮은꼴 움직임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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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주가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한국 증시의 흐름을 비춰주는 거울로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증시 비중이 20%에 달하기 때문. 삼성전자의 실제 증시 주도력은 덩치 이상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떨어지는데 증시가 상승세로 바뀐 경우는 거의 없다. 외국인의 ‘셀 코리아’나 ‘바이 코리아’의 1차 타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한국 대표주’ 이상이며 이른바 ‘호수 속의 고래’다. LG전자나 하이닉스와 비교되지 않고 인텔과 같은 반열에 있는 ‘세계적 정보기술(IT) 대표주’다.

북한 핵과 IT 경기라는 요인이 한국 증시의 최대변수로 부각된 요즘 삼성전자의 가늠자 역할은 그만큼 부각될 수밖에 없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흐름〓증시가 잠깐 반등했던 2월11∼24일 15% 올랐다가 이후 10% 빠졌다. 종합주가지수와 움직인 방향, 시기가 똑같고 주가 등락률은 정확히 지수 등락률의 2배였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재료는 엇갈렸다. 보름간의 반등기에 반도체 가격은 떨어졌고 IT 경기 회복 전망은 엇갈렸다. 북핵 위기는 계속 됐고 이라크 사태의 해법은 전쟁과 평화적 해결을 오락가락했다. 이러니 삼성전자 주가 움직임을 어느 한 요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순매도〓그나마 일관성을 드러낸 게 외국인투자자들이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를 103만주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분은 지난해말 53.89%에서 52.86%로 1%포인트가량 줄어들었다. 외국인 매도는 기관이 주도한 단기 반등기에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 기간에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매일 수만∼수십만주씩 꾸준히 나왔다. 이를 감안할 때 몇 번에 걸쳐 돌출된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보다 IT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컸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동원증권 김세중 선임연구원은 “IT 경기 회복이 의외로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면서 경쟁 기업들보다 주가가 덜 빠진 삼성전자 주식을 판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증시의 추세 변화와 맞물린 삼성전자 주가의 큰 흐름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는 IT 경기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가들의 간헐적인 매수는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도세를 당해내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교보증권 김영준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 주가의 바닥은 반도체 가격의 지속 하락이라는 위기를 통해 마련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값이 많이 떨어질수록 한계선상에 있는 경쟁업체들이 밀려남으로써 상승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1월 반도체 가격 하락 속에 삼성전자 주가가 올랐던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이었다.

동원증권 김세중 연구원은 “업계에서는 4월경에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시기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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