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집단소송제 수용땐 대기업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 입력 2002년 12월 25일 19시 14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는 재계가 증권집단소송 제도를 받아들일 경우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고 있는 대기업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의 핵심 경제 참모인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은 25일 기자와 만나 “대기업들이 사외이사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고 증권집단소송 제도를 정부 방침대로 받아들여 시장에 의한 감시체제가 제대로 작동될 경우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각종 규제를 점진적으로 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6, 27일경 정권인수위원회가 발족하는 대로 노 당선자에게 이 같은 내용의 ‘기업경영 투명성 강화방안’을 보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막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기업 경영의 투명성 진척 등 상황을 봐 가면서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이어 “기업 경영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를 재벌 총수들이 기업체에 우호적인 인사 위주로 선정하는 등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면서 “그러나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면 사외이사들에 대한 주주들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아 굳이 출자총액제한 같은 직접적인 규제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또 “사외이사들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주주들의 불만도 높고 기업들도 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며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기업들이 오너와 가까운 사람을 사외이사로 쓰지 못하고 사외이사들도 집단소송에 부담을 느껴 경영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증권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면 소송이 남발돼 기업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반발하면서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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