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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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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업계가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위스키 전쟁’에 돌입했다. 위스키 소비가 급증하는 송년회 시즌을 겨냥해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물론 각양각색의 광고와 이벤트를 선보이면서 ‘주당(酒黨)’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주류 도매상들에게 단체 해외여행을 시켜주고 고급 판촉물을 뿌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공세도 펼치고 있다.
▽제철 만난 위스키 업계〓연말연시는 쌀쌀한 날씨와 빈번한 송년회 때문에 위스키가 가장 많이 팔리는 ‘대박 시즌’. 이때를 위해 위스키 업체들은 1년간 아껴쓰고 남겨 놓은 ‘실탄’을 총동원한다. 주류업계가 집계한 월별 판매실적을 보면 연말연시에 ‘위스키 전쟁’이 발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 말까지 위스키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여름인 7∼8월 판매량은 17만7000상자(1상자는 500㎖짜리 6병)로 최저 수준에 그쳤다.
9월엔 추석특수(特需)로 30만상자로 늘어나다가 10월 들어서는 24만4000상자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는 11월부터는 28만상자로 판매 실적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2월 33만4000상자, 올 1월 33만9000상자로 급증했다. 연말연시가 위스키 시장의 ‘황금 시즌’이라는 얘기다.
▽비장의 무기로 무장한 위스키 업계〓하이스코트는 올 9월 새로운 스카치 위스키 ‘랜슬럿’을 선보였다. 12년산과 17년산 두 종류가 있다. 140년 전통의 스코틀랜드 위스키 종가인 에드링턴 그룹에서 완제품을 수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21년산과 30년산도 선보일 계획이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윈저17년산’과 함께 조니워커 블루, 골드, 스윙 등 다양한 슈퍼 프리미엄(SP)급 브랜드와 윈저12, 조니워커 블랙, 크라운 로얄 등 3개의 프리미엄급 브랜드로 위스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도 두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특별히 블랜딩한 ‘발렌타인 마스터스’ 700㎖짜리를 이달 말경 시판할 계획. 발렌타인 마스터스는 현재 500㎖짜리로 판매되고 있지만 위스키 소비가 급증하는 연말연시를 겨냥, 큰 용량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기획했다고 진로발렌타인스측은 설명했다. 진로발렌타인스측은 또 현재 면세점용으로만 판매하고 있는 ‘발렌타인 21년산’도 연말경에 시중에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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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 공세도 불사’〓진로발렌타인스는 위스키 영업망 관리 차원에서 전국 주류도매업소 관계자 100여명을 초청,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터키와 이집트 등 지중해 연안 2개국 단체 해외관광을 보내줬다. 진로발렌타인스측이 모기업인 영국 얼라이드도멕사(社)의 지원을 받아 추진한 이번 관광에는 항공료 5억원을 포함해 20억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달 26일부터 내년 3월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리그전을 벌이는 ‘2003윈저컵 전국 축구대회’를 마련했다.
디아지오코리아가 주류 판매 촉진과 유소년 축구발전기금 마련을 위해 기획한 이번 대회는 룸살롱, 나이트클럽, 단란주점, 주류 도매업체 등에 근무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선수로 참가할 수 있다. 우승팀에는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 준우승팀에는 트로피와 상금 500만원이 돌아간다. 4강과 8강 진출팀에도 각각 300만원과 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랜슬럿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하이스코트도 매일 밤 100여명의 젊은 여성 도우미들을 서울 강남지역 등 유흥업소 밀집 지역에 집중 투입, 고급 라이터, 골프공 세트 등 판촉물을 돌리고 있다. 또 핵심 도매업소와 룸살롱을 공략하기 위해 위스키 병 뚜껑을 가져오면 병당 3000∼4000원씩 판매 리베이트를 주고 있다.
▽급증하는 위스키 소비〓올 들어 9월 말까지 국내에서 팔린 위스키는 모두 264만6061상자(500㎖짜리 18병 기준). 지난해 같은 기간(233만5905상자)보다 13.3% 증가했다.
특히 숙성기간 17년 이상으로 최고 등급인 슈퍼프리미엄급(SP급)은 8만371상자가 팔려 작년 같은 기간(4만3267상자)보다 85.8%나 늘었다. 반면 소주는 올 1∼9월 6049만5000상자(360㎖짜리 30병 기준) 판매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6109만3000상자)에 비해 0.98% 감소했다. 맥주도 1억5768만상자(500㎖짜리 20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1억5536만상자)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주류 시장이 고급 술인 위스키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 월별 국내 위스키 판매량 | |||||
| 월 | 슈퍼프리미엄(SP)급 | 디럭스 프리미엄(DP)급 | 프리미엄(P)급 | 스탠더드(S)급 | 전체 판매량 |
| 1 | 12,260 | 16,490 | 288,804 | 21,948 | 339,502 |
| 2 | 6,768 | 18,558 | 218,872 | 13,354 | 257,552 |
| 3 | 7,262 | 30,829 | 243,912 | 13,370 | 295,373 |
| 4 | 8,468 | 31,701 | 257,891 | 9,481 | 307,541 |
| 5 | 8,644 | 31,452 | 264,993 | 10,328 | 315,417 |
| 6 | 8,208 | 30,740 | 208,317 | 8,837 | 256,102 |
| 7 | 6,102 | 27,187 | 226,337 | 7,341 | 266,967 |
| 8 | 10,162 | 30,950 | 230,386 | 8,976 | 280,474 |
| 9 | 12,860 | 37,764 | 257,501 | 11,471 | 319,596 |
| 10 | 7,942 | 37,310 | 238,353 | 7,026 | 290,631 |
| 합계 | 88,676 | 292,981 | 2,435,366 | 112,132 | 2,929,155 |
| SP급 숙성기간 15년 이상, DP급 숙성기간 15년 이상이지만 가격대가 2만원 (500ml 기준), P급 숙성기간 14년 이상, S급 숙성기간 5~8년. 자료: 주류업계 | |||||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