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토리지 업계1위 반 덴 보쉬 부회장

  • 입력 2002년 9월 1일 19시 17분


반 덴 보쉬 부회장
반 덴 보쉬 부회장
조선 인조 때인 1628년 제주도에 표착했다가 한국인으로 귀화한 최초의 네덜란드인은 박연(朴淵·본명 벨테브레)이었다. 박연은 이후 1636년 병자호란 때 훈련도감에서 홍이포를 만들어 조작법을 가르쳤고 조선 여성과 결혼해 남매를 뒀다.

그로부터 370여년 후. 박연의 후손인 베리타스 월드와이드의 수석 부회장 프레드 반 덴 보시(55)가 29일 한국을 찾았다.

미국에 본사를 둔 베리타스는 데이터 보호 및 재해 복구를 위한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 분야 세계 1위 업체. ‘베리타스(Veritas)’는 라틴어로 ‘진리’라는 뜻.

보시 부회장은 최근 몇 년새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베리타스의 엔지니어링 그룹을 지휘하며 차세대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실력자다.

최근 스토리지 관련 웹사이트인 ‘바이트 앤드 스위치’가 선정한 업계 유력인물 10명 중 3위에 뽑히기도 했다.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해달라.

“형이 족보를 연구하는데 조상인 벨테브레 할아버지가 한국인이 됐고 거스 히딩크 축구 감독과 더불어 한국에서 꽤 유명하다는 걸 지난해 알았다. 한국땅을 처음 밟았지만 아무래도 감회가 남달랐다.”

-이번 방한 목적은.

“스토리지 업계에서 가장 큰 연중 행사인 ‘베리타스 비전 2002코리아’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행사에서 베리타스는 스토리지 전략과 시장의 향후 비전을 제시할 것이다. 또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국 스토리지 시장 현황도 파악할 것이다. 베리타스 내에서 한국시장의 위치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시장에 대한 평가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터넷 보급률을 자랑하는 등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IT 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 향후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8월1일자로 한국베리타스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한 독립 비즈니스 사업부로 승격시킨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지난해 한국베리타스 매출은 전년 대비 140% 늘었는데 이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놀라운 성장세다.”

-한국 일부 업체에서도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경쟁하고 있는데….

“대부분 대학 교수들이 설립한 업체인데 개발 단계에서 협력 요청이 있었다. 한국베리타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만큼 개발자금 지원 등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겠다.”

-베리타스가 지난해 미국 9·11 테러 사태 등으로 급성장했다는 분석도 있는데….

“소프트웨어를 처음 시장에 내놓은 99년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거듭하다 사건 직후에는 경제 전망이 나빠지면서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 물론 최근에는 세계 각국에서 재해 복구 스토리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회사가 급성장한 다른 이유가 있나.

“조직문화 덕분이다. 베리타스는 처음부터 모든 직원이 정보를 공유했고 각 부문이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아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어 경영이 신속했다.”

-한국의 IT 수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기업 가운데 한국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물론 누구나 가능성은 인정한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반 덴 보쉬

△1947년생 △네덜란드 델스트대 수학 전공 △필립스 정보시스템 부서 기술이사 역임 후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소재 베리타스 월드와이드 수석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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