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영화]박동호/극장 서비스, 영화 이상의 감동을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34분


내가 처음 극장 사업을 시작하던 무렵 주위에서는 “요즘 같은 최첨단 시대에 소프트산업도 아닌 하드산업인 극장을 한다니 방향이 맞는가”라는 우려를 많이 했다.

지금은 멀티플렉스 극장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극장산업의 모델이 됐지만 몇 년 전만 해도 극장 하면 초대권과 암표가 연상되던 시절이라 당시로선 꽤 설득력 있는 얘기였다.

하지만 연간 영화 관람객 1억명 시대를 눈앞에 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고 하는 지금도 극장을 단순히 영화를 상영해 주는 장소로만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필자는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극장은 서비스의 대명사인 호텔보다도 더 큰 무형의 서비스가 개발되어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 극장 자체로서 고객에게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어야 한다. 나아가 극장 사업은 서비스 사업으로 개념을 정립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으며 미래가치가 생성될 수 있다.

미국의 극장 체인들이 서비스 사업으로 개념을 정립하지 못해 실패한 것을 살펴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작년 미국의 제3대 극장 체인인 리갈 시네마, 소니 로스, AMC가 파산 신청을 했거나 경영이 악화됐다. 이는 이들 극장이 멀티플렉스 건설 붐에 편승하면서 몸집 불리기에만 집중하고 무엇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미흡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센추리 시어터스라는 중소 극장 체인업체는 전 극장 중 97%가 흑자를 내 눈길을 끌었다.

이 기업의 핵심전략은 다름 아닌 고객 서비스 강화였다.

극장에서 고객이 제공받는 것은 단순히 스크린에 비치는 영상만이 아니다. 고객들은 직원들의 미소, 방문한 고객이 흥분할 수 있도록 엔터테인먼트 환경 등 무형의 가치를 함께 제공받기를 원한다. 고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무형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느낀 채로 극장 요금을 지불하고 다시 방문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극장사업을 하며 VIP들만을 위한 프리미엄 영화관 운영(CGV 골드 클래스), 무료 유아놀이방 서비스, 순번 발권기, 여성 고객들을 위한 파우더룸 서비스,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틸트형 의자 도입 등을 시행하면서 고객들의 반응을 관찰한 결과 얻은 경험들이다. 이러한 서비스 개발 활동으로 지속적인 관심과 작은 아이디어를 통해 고객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극장을 이야기가 있는 장소로 만들어 회사의 이미지 제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극장도 연간 2000만명의 고객이 입장하는 규모로 성장하면서 극장을 새롭게 만들고 종업원 교육을 위해 서비스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요즘 할머니와 손자의 화해를 소재로 한 영화 ‘집으로’가 장안의 화제다. 이유는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여 큰 감동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감동의 뒤편에는 영화 제작팀의 철저하게 계산된 상황 연출과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촬영 등 각고의 노력이 있었다.

영화 이상의 감동을 주는 극장. ‘집으로’보다 더 깊은 감동을 주기 위한 서비스 개선과 유지의 노력이 있어야만 진정한 멀티플렉스 시대에 부합하는 극장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동호 CGV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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