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 950원까지 간다"…모건스탠리 엔저지속 전망

  • 입력 2002년 1월 27일 18시 13분


환율불안이 회복초기에 있는 한국경제에 최대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4엔까지 상승하면서 수출 둔화가 뚜렷해지고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외환당국이 환율을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원-엔 환율은 100엔당 95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원-엔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으로 한국 수출기업들은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도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원-엔 환율 950원까지 하락 전망〓최근들어 엔-달러 환율은 오르는 반면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25일 밤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4.42엔에 마감돼 올 들어 2.07% 상승했다(엔화가치 하락). 반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27.6원으로 올 들어 1.11%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987.58원으로 1.26% 하락(원화가치 상승)했다. 원-엔 환율은 2000년 말 100엔당 1093.16원에서 작년말 1000.0원으로 9.32% 떨어진 데 이어 계속 하락 추세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환율변화를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떨어지는 것은 시장 여건을 볼 때 불가피하다”며 “원-엔 환율 하락을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때”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어 엔-달러 환율은 1·4분기에 달러당 140엔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반면 원-달러 환율의 상승폭은 여기에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이 조만간 100엔당 95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화가치 10% 떨어지면 한국 수출 15% 감소〓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엔화 환율이 10% 상승하고 원화 환율이 변하지 않으면 한국의 수출이 1년 동안 15%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엔-달러 환율이 13.09% 오른 반면 원-달러 환율은 3.69% 상승하는데 그친 점을 감안할 때 대략 이 정도의 수출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도 원-엔 환율이 5% 하락하면(원화가치 상승) 수출은 3개월 후에 0.82% 줄어들고 6개월 후에는 0.71%, 1년 후에는 0.5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수입은 3개월 뒤에 2.27% 늘어나고 6개월 후에는 1.58%, 1년 후에는 1.75% 가량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950원까지 떨어지면 무역수지가 올해 약 28억달러 악화된다는 계산이다.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원화가치 하락) 소비자물가는 2∼3년에 걸쳐 1.5% 상승한다”며 “원-달러 환율이 작년에 3.7% 오른 데다 올 들어서도 1.1%가량 상승하고 있어 물가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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