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JOB]설계사도 어엿한 사장님?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59분


‘보험설계사도 중소기업 사장.’

푸르덴셜 보험의 감정규(甘貞圭·43·그림 왼쪽)생활설계사(LP). 95년 입사한 후 쌓은 경력이 화려하다. 회사내에서 가장 탁월한 영업실적을 올린 LP에게 경영자가 주는 ‘슈퍼골드’ 상을 4차례나 받았고 전세계 생보업계 종사자들이 꿈꾸는 ‘전세계 원탁회의 COT’(보험계약 첫해 기준 보험료 커미션이 5800만원이 넘는 사람을 지칭)에 99년부터 3차례 꼽혔다.

그렇다고 그를 100% 푸르덴셜 직원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회사브랜드와 상품을 팔고 회사규정에 따라 영업하지만 일반 봉급생활자처럼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영락없는 개인사업자다. 매년 3월 3%의 원천징수를 하고난 뒤 5월엔 ‘연중정산’을 한다. 의료보험도 지역의보 소속. 푸르덴셜은 그의 ‘후방지원’에 그치고 있다.

감LP는 지난해 30대 중반의 개인비서까지 채용, 사실상 ‘소기업사장’으로 발돋움했다. 700여명에 달하는 고객관리가 비서의 주업무. 우편물 수발, 보험료 수납 등 기본 업무에 고객카드 작성, 축전 및 꽃다발 보내기 등이 더해진다. 다만 결혼기념일 생일 등 고객들이 놓칠 수 없는 기념일을 맞을 경우 축하카드의 문구는 감 LP가 직접 구술한다.‘정성과 감동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이같은 ‘투자’ 때문인지 최근 2년간 그의 고객중 계약을 해지한 사람은 1% 미만에 그쳤다.

감LP에겐 영업구역 제한이 없다. 사무실과 집에는 물론 2대의 차에도 컴퓨터와 프린터를 갖췄다. 상세한 설명과 신속한 계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영채(李英彩·41·그림 오른쪽)삼성생명 생활설계사(LC)도 개인사업을 접고 4월 이 직종에 뛰어든지 한달만에 비서를 뒀다. 거의 날마다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11시까지 강행군을 벌였지만 늘어나는 고객을 관리하기 힘들어진 탓이다.

현재까지 그가 붙잡은 고객은 117가족. 하루도 빠짐없이 5, 6명의 고객을 만나 종신보험의 필요성을 신앙처럼 ‘전도한’ 결과다. 현재까지 계약 보험금만도 136억원.

이LC는 고객에게 보내는 축전 등은 직접 쓰지만 간단한 카드작성과 꽃 보내기 등은 모두 비서몫으로 돌렸다. 자신은 낮엔 고객을 만나 미래의 소득과 지출의 간격을 메워주는 생활설계의 필요성을 설파하고 밤에는 고객 맞춤형 생활설계를 디자인하기 바쁘다.

이LC는 “보험업계에 들어온 뒤에야 충분한 생활설계 없이 습관처럼 사는 사람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며 “독립사업체처럼 움직이는 이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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