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전쟁인들 나를 막으랴"…심현영 현대건설사장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7분


심현영(沈鉉榮·사진가운데) 현대건설 사장의 ‘과감한 행보’가 건설업계에 화제다.

미국 테러사태의 여파로 최고경영자들의 해외비즈니스가 위축되고 있지만 그는 미국의 보복 전쟁이 예상되는 아프가니스탄의 접경국가인 이란을 찾아 나선 것.

특히 심 사장은 20일(한국시간) 첫 방문국인 이란에 도착하자마자 ‘중동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란은 안전하다. 이번 사태로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오히려 호전될 수도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상세히 담은 메시지를 본사에 전해오기도 했다. 이 사실이 사내에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붙인 심사장의 별명은 ‘중동 특파원 심현영’이 되었다.

심 사장의 이번 출장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신변 안전을 이유로 임직원들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심 사장은 “우리 식구들(현대건설 직원)이 있다. 걱정하지 말라. 무슨 일이 생겨 비행기를 못타면 수영이라도 해서 나올 것이다”며 출장을 강행했다고.

심 사장의 ‘결심’에는 지난달 말 발생한 현대건설 공사 현장 내 이란 근로자들의 소동과 미국 테러 사태로 땅에 떨어진 현지 근로자들의 사기를 높여 주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채권단이 올 5월 바람 앞의 등불 같은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그를 삼고초려(三顧草廬)해 최고경영자로 선임한 것도 이 같은 정신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후문. 심 사장은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거쳐 26일 귀국한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