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우암닷컴 송혜자 사장 "사업상 필요한 술잔 사양안해요"

  • 입력 2001년 5월 10일 18시 38분


“93년 처음으로 사업상 접대를 했을 때에요. 젊은 미혼여성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이 상당히 짖궂게 굴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이런 수모를 당해가며 사업을 해야 하나’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우암닷컴 송혜자사장(33)을 만나보면 우는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다. ‘여걸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송사장의 화법은 직선적이다. 사업상 필요하다면 건네오는 술잔을 사양하지 않고 스포츠라면 뭐든 좋아한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을 70번 이상 하면서 위태로운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다.

송사장은 대학 졸업후 두원냉기 전산실에 입사, 3년짜리 공장전산화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끝낸 공로를 인정받아 계장으로 승진했다. 여성이 계장이 된 것은 이 회사 설립 이래 처음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미련없이 사표를 던지고 여성프로그래머 한명과 경기도 오산에 4평짜리 사무실을 냈다.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던 것.

초기에는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은 96년. 한국전력 네트워크 협력업체 선정에서 대기업과 공개경쟁을 벌여 예산회계시스템을 수주했다. 이를 계기로 우암닷컴은 탄탄한 뿌리를 내렸다. 작년 매출 244억원, 순이익 83억원에 이르는 중견 벤처기업으로 큰 것. 지금 주력하는 분야는 시스템통합(SI)과 영상솔루션.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 2월에는 영상솔루션을 갖고 북한을 직접 다녀왔다.

벤처기업들이 요즘 겪고 있는 경영난에 관한 그의 진단이 독특했다. “한 마디로 성장통(成長痛)입니다. 기업 규모가 커지다 보면 이런 고통은 필연적으로 겪게 돼 있습니다.”

벤처창업을 꿈꾸는 여성들에게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철저한 준비. “지금 직장생활하면서 창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자원해서 접대 자리에 자주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골프나 운전도 미리미리 배워 둬야 하구요. 이런 준비 없이 사업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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