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국쓰리엠 의료사업부 백건호부장-내가 본 3M

  • 입력 2001년 4월 2일 18시 49분


“참 열심히 일한다….”

99년 7월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3M 본사에 파견돼 출근한 사무실에서 처음 받았던 느낌이다. 한국 직장인들보다 근무시간은 짧지만 그들은 업무시간과 개인생활을 ‘칼같이’ 구분한다. 3M 특유의 ‘15%룰(rule)’을 이용해 ‘농땡이’를 치는 직원은 찾아볼 수 없다. 명확한 공사(公私)의 구분이 기업윤리의 기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쓰리엠에서 15년 이상 근무하며 엄격한 기업윤리 규정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수시로 있는 윤리교육, 승진 때마다 거쳐야 하는 윤리과정 등. 심지어 3개월에 한번씩 위성방송을 통해 전 세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동시에 윤리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유난히 까다로운 윤리규정 때문에 젊은 직장인으로서는 다소 답답함을 느낀 기억도 있다. 그러나 미국에 와서 본 것은 마치 ‘호흡하듯’ 편안하게 윤리기준을 실천하는 직원들의 모습이었다.

미국의 간부와 기업윤리 문제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얘기는 간단하고도 분명했다.“유엔보다 더 많은 나라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 통일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기업윤리”라는 설명이었다. 피부색이나 사용하는 언어에 관계없이 동일한 가치를 추구하게 함으로써 같은 방향으로 뛰게 하는 ‘국제적 경영방식’이 바로 기업윤리인 셈이다.

이곳에 와서 오히려 한국 기업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 대로일까. 인터넷을 통해 신문뉴스를 조회하며 날마다 씁쓸한 소식을 접한다. 대우그룹 사태, 동아건설의 분식회계 등. 이미 국제적 비즈니스 무대는 서구적 윤리기준의 높은 무대 위에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에 돌아가 미래에 ‘윤리적 얼굴’을 가진 한국 기업들을 볼 수 있을까.

백 건 호(한국쓰리엠 의료제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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