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못믿을 회원에겐 돈 안빌려준다

  • 입력 2000년 12월 28일 18시 31분


‘못믿을 회원에겐 돈 빌려주지 않는다.’

신용카드업계가 잠재 부실채권과의 ‘보이지 않는’ 전쟁을 시작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회사들은 올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릴 전망이다.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와 복권제 실시 등으로 카드사용액이 크게 늘어나 LG캐피탈이 4000억원대, 삼성카드와 국민카드가 각각 3000억원대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 실제로 하루평균 신용카드의 사용건수와 사용금액이 227만7000건과 4989억9700만원(3·4분기 기준)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각각 74.2%와 141.0%씩 증가한 것.

이같은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회사들이 부실채권 예방에 적극성을 보이는 까닭은 신용카드가 전통적으로 경기 후행지수의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경기가 불황에 접어든다고 곧바로 카드사용금액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현금서비스 및 할부 증가→부실채권 증가→카드이용액 감소 등의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것.

삼성카드 위수복 신용관리팀장은 “이미 현금서비스 비중이 전체 매출의 60%선을 넘어서는 등 증가 추세를 보여 앞으로 부실채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첨단 신용관리시스템을 활용해 부실 징후를 보이는 회원들의 신용한도를 지속적으로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도 자동감시시스템을 가중중인 국민카드는 개인별로 10여개에 달하는 조사항목을 분석해 신용한도를 수시로 조정한다. 월 5만∼6만명 수준이던 한도축소 대상자가 최근 들어 최대 9만명까지 늘어난 건 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했기 때문. 국민카드 서영덕 팀장은 “위험은 갑자기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영업쪽에서는 판촉을 위해 한도를 늘려달라고 아우성치지만 신용한도를 보수적으로 운영중”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순부터 신용관리 기준을 높인 외환카드 역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타사카드가 있으면 당연히 카드를 발급해주던 관행을 중단했으며 현금서비스 등 위험도가 높은 매출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지 않을 방침.

이밖에 삼성카드는 신규 회원에 적용되는 최저 신용한도 100만원 대상자를 전체 신규회원의 20%에서 40%로 확대하는 한편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할부한도를 20% 가량 하향 조정했다. 다이너스카드도 현금서비스와 연체관리 기준을 높였다. 한 관계자는 “한도가 축소된 회원들의 항의전화가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고 전했다.

심사기준 강화는 자칫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위험한 매출만 가려낸다면 좋겠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카드회사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돈있는 사람들의 씀씀이가 커진다는 부익부(富益富) 효과를 노려 ‘우량’으로 입증된 회원들에게는 신용한도를 대폭 늘려주는 등의 특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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