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영원한 숙제인가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34분


93년 10월, 감사원은 방만한 경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공기업에 대한 경영쇄신책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만 2년반 뒤인 96년 4월, 나웅배 당시 경제부총리는 “공기업 민영화를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재차 천명했다.

그렇지만 공기업 구조조정은 현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의지를 밝혔지만 만족할 만한 해결은 보지 못했다. 거듭된 개혁의지가 강조됐지만 공기업 경영쇄신은 번번이 흐지부지됐다.

정치적 타협과 기득권층의 강력한 저항과 로비에 밀려 공공부문 개혁안은 항상 ‘입안 단계에 머물렀다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문민정부 때의 공기업 개혁 방침도 ‘고강도 구조조정 천명’→‘신중론’→‘유보’의 행로를 밟으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문민정부는 93년 출범과 동시에 133개 공기업 중 58개를 연차적으로 민영화하고 10개 기업을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실제에 있어서는 핵심 공기업의 본격적인 민영화 작업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93년 10월 감사원이 내놓은 경영쇄신책도 4일만에 사실상 백지화하고 말았다. 한국노총이 정부의 안을 ‘노동탄압’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저항하는 기미를 보이자 슬그머니 후퇴해버린 것. 그러다가 94년 들어서 문민정부는 포철 한전 등 공기업의 민영화를 유보하기에 이르렀다.

한양대 나성린 교수는 “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선 이전의 정부보다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나교수는 “그러나 노조를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저항 등에 대항할 정책의지의 정도가 민영화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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