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잃고…힘잃고…시련의 '王회장' 올핸 '생일'도 없다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36분


현대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이 25일로 85회 생일을 맞는다. 그동안 현대집안에 워낙 사연들이 많아 이번 생일행사에 쏟는 내외의 관심이 특별하지만 이번에는 별다른 행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명예회장의 건강을 확인하거나 2세간 단합모임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정 전 명예회장의 생일행사는 전통적으로 오전에는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성북동 영빈관에서 현대계열 사장단과 만찬을 함께하는 형식이었다. 가족들의 식사에는 ‘영(永)’자 항렬 동생들과 ‘몽(夢)’자 항렬 아들 조카 등 일가친척 30여명이 참석했는데 올 생일에는 이같은 행사가 생략되는 것이다.

현대관계자는 “대신 정몽구(鄭夢九)회장의 부인 이정화여사 등 7명의 며느리들이 모두 병원을 찾아가 병원 VIP식당에서 정 전 명예회장과 함께 간단히 아침식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 전 명예회장이 현재 병원에 있기 때문에 생일잔치를 위해 청운동 자택으로 오는 것이 번거로워 대규모 행사는 준비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명예회장이 현대 명예회장직도 사임했기 때문에 사장단 만찬도 갖지 않는다. 가족들 대부분이 이날 병원에 들르지만 장남인 정몽구회장은 현재 자동차사업과 관련해 중국에 출장, 27일 귀국예정이어서 참가하지 못한다.

정 전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상태가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야외 드라이브를 나가는 등 바깥출입이 부쩍 잦았다. 현대는 또 정 전 명예회장의 생일을 기념해 하루전인 24일 구내식당에서 임직원들에게 미역국과 만두국, 백설기 떡을 점심으로 제공했다. 한 직원은 “정 전 명예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현대건설 사태 등으로 많은 시련이 있어 올해 생일 점심은 예전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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