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라운지]신무림제지 이원수 사장, 회사에선 '수다쟁이 아저씨'

  • 입력 2000년 10월 24일 18시 45분


“아직은 중국에서 물러설 때가 아닙니다. 중국인 1인당 연간 종이소비량이 20㎏밖에 안되거든요. 50∼60㎏로 뛰어올라 종이소비가 다양해질 때가 사업의 호기입니다. 지금 밀어붙여둬야죠. ”

요즘 제지업계에서는 신무림제지 이원수(李源洙·55)사장의 ‘공격 경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화교자본의 저가공세로 수출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중국시장은 이제 끝났다’는 푸념이 나오고 있는 요즘 광저우(廣州)에 사무소를 설치, 중국 서부내륙지역을 공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

특유의 뚝심으로 난국을 돌파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서 100명 이상의 직원을 새로 뽑고 IFC(국제금융공사)와 AIG펀드 등으로부터 해외자금 8800만 달러를 유치해 위기를 정면돌파한 것은 제지업계의 전설이 된지 오래.

하지만 이번 내수침체와 수출난국을이사장의 각오는 예사롭지 않다. “IMF는 견딜만 했습니다. 권투경기에서 1라운드에 센 펀치 한 대 맞은 정도라고 할까요. 하지만 이번은 만만찮아요. 8,9라운드쯤 잔펀치라도 허용하면 다시 일어날 수 없거든요. ”

‘강골’이라는 업계의 평가와는 달리 회사내에서 이사장은 ‘동네 아저씨’로 통한다. 드레스셔츠 차림으로 사원들과 스스럼없이 ‘수다’를 떠는 이사장의 모습을 언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 8월말에는 “근속 20년의 고참사원 이원수입니다”라고 시작하는따뜻한 충고를 홈페이지에 올려 직원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지난해 말부터 ‘낡은 경영자’ 소리 들을까봐 젊은 직원들한테 PC를 배웠습니다. 처음에는 ‘더블 클릭’도 안되더니 지금은 ‘독수리타법’이긴 하지만 글올리는데 재미가 붙었어요.”

업계 2위를 수년째 고수하며 상반기에만 100억대 순이익을 올린 중견기업 CEO의 ‘경영철학’은 의외로 소박하다. “별거 없어요. 직원들 이름 기억해 자주 불러주며 등두드려주고 저녁때 족발을 안주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스킨십 경영’이 제일이라고 봐요. 연매출 3000억∼4000억원 정도의 기업에는 그게 딱 맞아요.”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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