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IG, 현대 금융 3社 인수

  • 입력 2000년 8월 28일 18시 37분


미국계 보험사인 아메리카인터내셔널그룹(AIG)가 주도하는 국제 기관투자가 컨소시엄이 현대증권과 현대투신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현대그룹 금융 3개사의 경영권을 인수하고 현대그룹과 공동 경영에 나선다.

현대증권 이익치(李益治)회장과 현대투신증권 이창식(李昌植)사장은 28일 미국 뉴욕에서 AIG그룹으로부터 외자 1조1000억원을 유치하면서 공동 경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외국계 금융회사가 한꺼번에 이처럼 특정 그룹 계열의 금융회사를 통째로 사들여 인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 당국은 형식적으로는 공동 경영으로 돼 있지만 사실상 AIG가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증권측은 “AIG그룹이 현대증권 후순위채권을 5000억원어치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이 채권은 나중에 현대증권 보통주로 전부 전환될 수 있도록 계약했다”며 “보통주로 전환시 AIG그룹은 현대증권 지분을 23% 보유해 현 대주주인 현대상선(16%)을 제치고 1대 주주가 된다”고 밝혔다.

AIG그룹은 또 현대투신증권에 3000억원을 투자하고 현대투신운용에도 3000억원을 출자해 현대투신증권과 현대투신운용의 최대 주주 지위도 확보하게 된다.

6월 21일 AIG그룹은 현대 금융회사에 9000억원을 출자해 현대투신운용 지분을 50%이상 인수하면서 현대증권과 투신증권에는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그러나 이번에 투자 금액이 2000억원이 더 늘어나면서 현대투신운용뿐만 아니라 증권과 투신증권 지분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대는 이번에 유치한 1조1000억원을 대부분 현대투신증권의 자본잠식(1조2000억원)을 메우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정기승 증권감독국장은 “현대측은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해왔으며 현대측이 보고한 대로라면 AIG가 현대증권과 투신증권 운용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가져가는 셈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통상 후순위채권이 외화차입 형태이며 제일투신 외자유치 금액이 5000만달러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AIG측에 유리한 다른 조건부 옵션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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