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 뒤흔든 '무명들의 반격'…촌스런 캐릭터들 친근감 줘

  • 입력 2000년 8월 15일 20시 10분


꼭 스타를 기용해야 광고가 성공할까? 아니다. 스타가 아닌 무명 모델을 기용한 광고가 요즘 인기다.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집 아저씨나 아줌마가 광고에 등장해 순식간에 스타로 떠오른다. 수십년간 관습처럼 지켜져온 광고계의 ‘빅 모델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

▽무명 모델이 뜬다〓최근 가장 화제가 된 광고는 한국통신 프리텔 ‘NA’. NA 런칭 광고에 불량기 넘치는 아들로 등장한 박용진군(19)은 쵸코바 ‘스니커즈’ 광고에서 뒷골목 불량 청소년 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물. NA에서 그는 후즐그레하고 촌티가 풀풀 나는 옷차림으로 아버지에게 “나는 누구예요”라고 도발적으로 묻는다.

손바닥을 머리에 대고 빙빙 돌리며 “나두 몰러”라고 대답하는 아버지역은 서울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김상경씨가 맡았다. 김씨는 광고가 인기를 끌면서 코메디 프로그램에까지 진출하는 성공을 이뤄냈다. 수 백만원에 불과한 모델료로 수 억원짜리 모델에 못지 않은, 아니 더 큰 광고 효과를 얻은 케이스다. (NA 광고 2편에는 광고주의 요청으로 인기그룹 G.O.D가 투입됐다).

무명 모델을 기용하면 광고가 아니라 마치 현실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모델에게 독특한 개성이 있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면 금상첨화.

야후 광고 ‘드럼편’에 나온 김종운(65) 김복순씨(73)도 화제가 되고 있는 무명 모델. 노부부가 홈쇼핑으로 악기를 주문한 후 밤에 할아버지는 기타를, 할머니는 신나게 드럼을 두드려댄다는 스토리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야후의 전략을 표현하기 위해 설정됐다.

평화방송 리포터로 활약한 경력이 있는 김복순씨는 전자제품 할인점 하이마트 광고에도 동네 할머니로 등장하는 등 인기 모델로 떠올랐다.

▽‘빅모델〓성공’?〓모델은 광고 효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중 하나.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인기인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는 모델의 유명세 덕분에 소비자의 주목도를 높이거나 기억에 오래 남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 △△△가 나왔네!’라는 심리적인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모델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거나 같은 모델이 여러 제품의 광고에 겹치기 출연할 경우 정작 제품보다 모델만 기억에 남는 역효과(?)가 날 가능성도 있다.

98, 99년 ‘공주병’ 신드롬을 일으켰던 한 탤런트는 당시 요구르트와 세제 등 여러 편의 광고에 동시에 출연했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제품보다는 오히려 ‘공주병 아줌마’를 더 기억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광고주나 제품의 이미지를 높이려면 빅모델의 겹치기 출연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명 모델을 기용하면〓일단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 스타가 출연할 경우 많게는 수 억원에 이르는 출연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무명이면 불과 몇 백만원이면 된다. 이 때문에 무명 모델들은 주로 중소 광고주의 광고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모델이 무명일 경우 지명도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에 집중하게 된다. 덕분에 광고의 완성도가 높아지는 반사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

새로운 얼굴이라는 장점 덕분에 소비자들에게 ‘누굴까’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눈에 확 들어오지 않을 경우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광고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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