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종금사 지원 "풀어라" 지원규모-배분엔 '뒷짐'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정부가 20일 발표한 종합금융사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책이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그 효과마저 반감될 상황에 빠졌다. 유동성 지원에 은행권이 강한 반발을 보이는 데다 이들을 설득할 금융당국마저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종금 지원 왜 제대로 안되나?▼

[정부기관끼리 협조안돼]

19일 유동성 지원 방침이 흘러나오면서 반짝 상승세를 탔던 종금사 주가는 20일부터 다시 내리막길을 타면서 종금업이 공멸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이용근(李容根)금융감독원장은 20일 가교종금사인 한아름종금에 “채권은행이 요청할 경우 은행에 진 빚을 우선 갚아 종금사 지원에 활용토록 해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은행들에 얼마 정도씩 자금을 풀어주고 종금사 지원에 활용할지를 예금보험공사 한아름종금 금융당국 어느 쪽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한아름종금 측은 “지원규모는 모회사인 예보가 결정한다”고 말했고 예보 관계자는 “금감원이 은행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단서를 붙였다. 종금사가 필요로 하는 자금규모를 파악해야 하는데 종금사 감독권을 금감원이 쥐고있다는 설명.

정작 금감원과 금감위 고위관계자들은 21일 하루 종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불려가 최근 금융불안에 대해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렀다. 정부기관간 협조만 이뤄지면 금세 지원될 자금을 놓고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셈.

이러한 상황이 진정되지 않은 가운데 종금업계는 “추가 퇴출은 없다는 당국의 의지를 못믿겠다”고 불만이다. 반면 98년 정부의 대지급 약속을 철석같이 믿고 부실종금사에 돈을 꿔줬다가 아직도 돌려받지 못한 은행권은 “문서 없는 정부지시나 방침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의 구조조정 원칙이 훼손된 만큼 향후 구조조정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더욱 만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은행권 왜 지원 꺼리나?▼

[98년 지원금 4조8천억 아직도 못받아]

‘종금사에 지원했다 이번에도 돌려 받지 못하면 누가 책임지나요?’

20일 정부가 대지급을 약속하며 각 은행에 종합금융회사 지원을 요청했으나 은행권에서는 “이번에도 속아야 하나”며 불신하는 분위기다.

이유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98년 2월 10여개 종금사가 퇴출될 때 각 종금사에 지원해 준 금액을 거의 돌려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97년12월∼98년2월 은행이 1, 2차에 걸쳐 종금사 지원에 투입한 금액 중 현재 돌려 받지 못한 원금은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대출 4조원, 한아름종금의 원리금 약 8000억원 등 약 4조8000억원이다.

이밖에도 각 은행은 외환위기 전 예금보험 대상인 종금사 발행어음등에 투자했다가 파산 뒤 받지 못한 약 4조8000억원을 더 돌려 받아야 한다. 정부는 20일 이중 1조원을 조기에 상환할테니 종금사를 지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언제 얼마나 지원했나〓97년말 외환위기로 종금사가 어려워지고 금융시스템 붕괴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각 은행에 종금사 지원을 지시했다. 형식은 한국은행에서 각 은행에 약 6조원의 돈을 빌려줘 그 돈으로 종금사의 발행 어음을 사게 한 것.

그러나 지원을 받은 종금사들이 하나 둘 시장에서 퇴출되자 은행들의 종금사 발행어음은 당시 제2금융권의 부실을 관리하던 신용관리기금이 떠안게 됐고 98년4월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되자 예보의 대출금(1년 만기)으로 이전됐다.

▽현재 어떻게 진행되나〓99년3월 자금 시장이 다소 안정되자 한은은 각 은행으로부터 종금사 지원용 자금을 회수했다.

그러나 은행에 돈을 갚아야 할 예금보험공사는 일부만 상환한 채 올 3월로 만기를 연장했다. 올 3월엔 다시 상환을 6월로 미뤘고 17일엔 다시 내년 3월로 상환을 늦췄다.

예보는 “신용관리기금으로부터 약 7조원을 떠맡아 힘겹게 3조원을 상환했다”는 입장이지만 각 은행으로서는 한은으로부터의 차입금은 갚고 예보의 대출금은 돌려 받지 못하는 셈이다.

K은행의 한 관계자는 “98년에도 정부가 지원을 요청하면서 정부가 대지급해 준다고 약속했으나 아직도 돌려 받지 못했다”며 “문서없이 ‘창구지도’로 은행 지원을 요청한 것이라 책임질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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