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北 경제인 간담회]"북측 큰기대…이번엔 뭔가 될듯"

  • 입력 2000년 6월 16일 19시 22분


▽사회〓북한을 방문한 뒤 심적 변화랄까, 돌아온 뒤에 느낀 가장 큰 변화는 무엇입니까.

▽김재철회장〓방문 전에는 회의적인 생각이 많았으나 방북 후에는 당국간에 합의하여 본격적인 경제 협력이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손병두부회장〓김정일국방위원장이 보여준 기대 이상의 환대와 평양 주민들의 열렬한 환영으로 같은 민족으로서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꼈습니다. 북한 경제인과 대화를 통해 북한도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가 크며 경협 활성화에 협력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원호부회장〓하지만 협력이 시혜적 성격을 띠게 되면 오히려 협력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한의 노후시설을 북한에 이전해 값싼 임금으로 사양산업을 부활시키는 방법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남북경협이 마침내 정부 차원의 공식사업으로 격상됐습니다. 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정식 투자가 시작될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요.

▽손부회장〓조만간 당국간 회담이 열릴 테니까 여기에서 구체적으로 제도를 개선한 뒤에나 가능하겠지요.

▽이부회장〓지금으로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양측이 경협을 통해 도움이 된다고 공감할 시점은 최소 3년은 지나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회장〓경제인들의 생각보다 당국자간의 큰 합의가 더 중요합니다. 당국자간 합의는 예상보다 빨리 이뤄져 연내에라도 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회〓전문가들이 경협이 가능하다고 꼽는 분야는 굉장히 많습니다. 각각의 경제단체를 맡고 계신 입장에서 가장 빠른 시일 내에 성사 가능한 경협 업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손부회장〓역시 경공업입니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력이 북한의 노동력과 합치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부회장〓소프트웨어 개발과 식품 가공산업이 당장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중소기업 대표 50명이 8, 9월에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제안했더니 북한측에선 남한의 벤처기업이 왔으면 하고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김회장〓전기와 철로 등 기본 인프라와 식량 증산을 위한 사업이 먼저 이뤄진 후 수출 산업들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사회〓남북경협을 활성화하고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제도적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일까요.

▽이부회장〓역시 경제공동위원회 구성과 제도 정비라고 봅니다.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관세방지협정, 대금결제 문제가 해결돼야 기업이 쉽게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손부회장〓정경 분리 원칙을 일관성있게 유지해서 기업들이 경제교류 추진과정에서 부닥칠 수 있는 경제외적인 불확실성 요인을 제거해 줬으면 합니다.

▽사회〓북한측의 노력도 필요할 텐데요.

▽이부회장〓저는 북한이 좀 더 개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방에 따른 부작용도 있겠지만 과감한 개방만이 경협을 촉진시키는 지름길이라고 봅니다.

▽손부회장〓북한도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경제 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찬가지로 남한 기업도 북한의 입장을 이해하는 ‘윈윈’의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김회장〓북한이 남한이나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려면 무엇보다도 제도 정비와 시장 경제에 맞는 경제틀을 갖추는 일이 시급합니다.

▽사회〓남북경협이 민족적 사업이라고 해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익이 나야 할 텐데 투자에 대한 수익은 언제쯤 회수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손부회장〓경공업 중심의 임가공 사업은 빠른 시일 내에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일반 투자사업도 제도가 보완되고 북한 내의 기반 시설만 확충된다면 생각보다 빨리 서로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회장〓북한에 대한 투자는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안목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빠른 시일 내에 이익 실현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봅니다.

▽사회〓북한 경제를 재건하는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느꼈습니까.

▽김회장〓북한이 낙후한 것은 시장경제 체제의 도입이 늦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라도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투명한 제도를 만들어 외부의 투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이부회장〓사회간접자본 확충이 시급합니다. 심각한 전력난, 낙후한 시설들이 외국 기업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남북경협에 임하는 각오랄까, 마음가짐 같은 것을 말하는 것으로 좌담을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이부회장〓북한 경제의 단점만 보려하지 말고 장점을 활용하고 힘을 합해 세계 시장 진출의 계기로 삼았으면 합니다.

▽손부회장〓전경련은 다른 경제단체와 협의해서 과당 경쟁 등 부작용을 막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조율하는 역할에 충실할 생각입니다.

▽김회장〓남북경협은 서로에게 상승 효과를 내 양측 모두 국제경쟁력이 강해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홍석민·정위용기자>

▼참석자(가나다 순)

김재철 (한국무역협회장)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이원호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부회장)

사회= 김상영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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