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보고서]"한국 재벌개혁 정부개입 말아야"

  • 입력 2000년 6월 2일 18시 36분


정부 주도의 빅딜,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무구조 규제, 금융감독위원회의 일괄적인 200% 부채비율 설정 등 우리나라의 개입주의식 재벌정책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시장(市場) 중립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의해 제기됐다.

세이지 곤도 OECD사무차장은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의 규제개혁에 대한 심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재벌정책과 관련, “한국정부는 ‘경제위기로 시장기능이 멈춰버렸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개입정책을 취한 것’이라고 하지만 금융시장이 정상화되고 경제가 강하게 회복되는 상황에서 그런 개입의 필요성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재벌에 의한 시장 왜곡은 몇십년 간의 정부정책 자체에도 그 책임이 있다”며 “‘재벌문제’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인 만큼 그런 위험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정부가 (기업의) 투자나 구조조정의 의사결정에 개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보고서는 이밖에 “최근 ‘현대사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질문에 대해 “오너나 정부가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체인 이사회에서 논의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한국은 지금 외줄타기를 하고 있어 중도에 멈추거나 돌아서면 넘어질 위험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시장과 지배구조의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다시 혼란스럽고 왜곡된 정책 환경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특히 통신부문에 대해 “여전히 비(非)문서상의 정보통신부 ‘지침’과 ‘권고’가 있고 이것들이 경쟁적인 시장의 힘과 경제적 효율성이 증진되는 것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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