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소사장制']경영효율은 극대화- 인력감축 부작용도

  • 입력 2000년 5월 1일 19시 35분


중소기업의 소사장(小社長)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소사장제는 90년대 초반 선진국에서 중간관리층의 경영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덩치가 큰 대기업들에게 적극 권장됐던 제도. 회사 구성원을 사주(社主)로 독립시켜 경영의 효율을 꾀한다는 것이 이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이 이 제도를 훨씬 더 많이 도입했다. 최근 이 제도를 도입한 대기업은 LG정유 한솔CSN 등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일부 부서 정도. 하지만 수십개의 중소기업들은 90년대 초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왔다. 한국산업연구원의 임동순(任東淳)수석연구원은 “소사장제가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에서 더 많이 시행된 것은 환경 변화에 대한 조직 탄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이라며 “국내의 제도는 선진국과는 달리 다소 변형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에서 시행되는 소사장제도가 과감한 이익배분과 권한분산이라는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정착될 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안정적 수입이 성공의 전제〓안전시설물 시공업체인 ㈜케이알의 지난해 매출액은 335억원으로 92년 소사장제도를 도입했을 때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교량 난간구조물 시공에 주력했던 이 회사가 고속성장한 주요 원인은 기술 경쟁력과 안정된 수익구조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 난간 보수 공법을 개발해 신기술로 인정받은 이 회사는 제품의 공급을 수시로 변동되는 건설경기 보다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맞춘 뒤에야 소사장제를 본격 시행할 수 있었다는 것.

생산 라인을 독립채산제로 떠맡은 이 회사 소사장들은 본사의 생산원가 및 인력관리비를 줄여주며 본사의 성장을 측면에서 돕는 역할을 해왔다. 현재 이 회사의 소사장은 33명. 이들은 생산비 절감에 따른 각종 성과금 등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지난해부터 소사장제 도입을 검토했던 자동차 차체 생산업체인 창성기공은 소사장에게 넘겨줄 작업 물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아 제도의 시행을 연기했다.

▽인력 감축에 따른 부작용 극복도 변수〓소사장제의 도입은 대부분 일시적인 인력 감축을 수반한다. 본사가 소사장을 임명하면 소사장은 채산성을 위해 적정 인원을 제외한 인력을 받드시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

94년 5명의 소사장을 임명했던 배관시공업체인 남성정밀은 직원이 200명에서 올해 80명으로 줄었다.회사측은 “생산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인력을 감축했으나 생산성은 두 배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인력감축의 어려움 때문에 96년 소사장제를 도입한 반도체운반 트레이 생산업체인 ㈜상아프론테크는 직원들 스스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적정 인원에 대한 노사간 합의를 쉽게 끌어내기 어려웠다고 회사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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