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후 2차 금융구조조정]'우량' 뭉치고 나머지 "헤쳐 모여"

  • 입력 2000년 3월 28일 19시 40분


4월 총선후 본격화할 2차 금융구조조정은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의 1대1 합병 대신 금융지주회사를 매개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권의 우량기관들이 먼저 합친 뒤 비우량 기관을 선별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을 시장원리에 맡기되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자격요건을 강화해 시장 재편을 주도할 능력을 갖춘 우량 금융기관의 지주회사 설립을 유도하기로 했다. 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드림팀’ 금융그룹을 형성한 뒤 시장에서 외면받는 부실 금융기관 중 시너지 효과를 낼 만한 업체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28일 “우량은행이 부실은행을 흡수 합병한 2년전 방식은 공적자금 지원여력이 거의 바닥난데다 주주와 직원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우량기관을 거느린 지주회사 주도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도록 지주회사 관련법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구상은 우량 금융기관이 금융지주회사를 만든 뒤 이 지주회사가 비우량 금융기관의 지분을 인수토록 하는 것. 은행 증권 보험 등이 같은 금융그룹에 속해 금융의 겸업화와 대형화 욕구를 충족하면서 특성에 맞춘 독자적 경영도 가능하다.

이 방안은 △금융기관 퇴출에 따른 대량해고를 줄일 수 있고 △인수된 금융기관이 부실해질 경우 모기업이 떠맡는 부담이 줄어들며 △정부보유 주식을 유리한 가격에 팔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정부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을 통해 시장자율의 금융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눈에 띄는 은행합병이 성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해 금융지주회사 방식의 구조조정을 희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장관의 발언은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의 인위적 짝짓기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해 금융개혁의 속도조절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가가 액면가 이하로 떨어진 조흥 한빛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정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은행의 외형은 최소한 올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금융권 재편은 결국 우량은행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각 금융권에서 자생력을 갖춘 우량기관들이 우선 지주회사를 통해 제휴형태로 손잡은 뒤 비우량 은행이나 상호신용금고 등 소규모 금융기관을 단계적으로 편입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재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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