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회장 현대후계자 확정…몽구회장 자동차만 전념

이익치(李益治)현대증권회장 인사문제로 촉발된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형제의 갈등은 정몽헌회장의 승리로 결론이 났다.

또 앞으로 돌발변수가 없는 한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후계자는 사실상 5남인 정몽헌회장으로 확정됐다.

김재수(金在洙)현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인사파문에 대한 그룹차원의 수습대책을 발표했다.

김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정몽구회장은 그동안 정몽헌회장과 공동으로 맡아온 현대그룹 경영자협의회 회장직을 면하고 앞으로 자동차분야 소그룹경영에만 전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자협의회 회장은 앞으로 정몽헌회장이 단독으로 맡게 되며 ‘현대회장’이란 명칭도 정몽헌회장만이 사용하게 된다.

김본부장은 또 “이익치현대증권회장을 고려산업개발회장으로, 노정익현대캐피털부사장을 현대증권사장으로 이동키로 했던 내정인사는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공식발표가 없었으므로 (백지화하고) 현직을 유지토록 했다”고 말했다.

현대는 이익치회장의 현대증권회장 유임에 따라 이회장이 한때 내정됐던 고려산업개발회장에 이진호고려산업개발 고문을 임명했다.

현대측은 이와 함께 이번 인사문제로 국민과 현대 주주, 고객들에게 심려와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사과했다.

현대그룹의 발표는 정몽헌회장이 20일간의 유럽 및 미국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 정주영명예회장을 종로구 가회동 새 자택으로 방문해 수습책을 논의한 직후 나왔다.

이번 조치는 정주영명예회장이 인사파문을 야기한 2남 정몽구회장을 문책하면서 1980년대부터 현대그룹 후계구도를 놓고 경쟁을 벌여온 몽구 몽헌씨 형제 중 동생인 몽헌씨를 그룹후계자로 선택했다는 의미로 재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