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액면분할 "得보다 失"…지수하락 부채질 가능성

  • 입력 2000년 1월 10일 19시 48분


올 상반기중 액면분할을 추진중인 거래소시장의 ‘황제주’ SK텔레콤이 액면분할할 경우 SK텔레콤은 물론 SK상사 등 관련 기업의 주가도 동시에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가가 싸게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주가상승을 가져오는 액면분할의 일반적 사례와는 정반대 전망이 나온 셈.

▽액면분할이란〓보통 주당 5000원인 액면가를 낮추는 것으로 예컨대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낮추면 주식 1주가 10주로 늘어나지만 주가는 10분의 1로 낮아진다. 물론 이 경우 기업의 본질가치나 주식가치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액면분할은 유동주식수가 적거나 SK텔레콤처럼 주가가 너무 높아 개인투자자들이 거래하기 힘든 기업들이 주로 채택한다. 원래는 자본금이 적은 벤처기업 주식이 손쉽게 거래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

▽주가하락 가능성〓서울증권은 10일 98년이후 외국인지분율이 20%가 넘었던 기업 12곳이 액면분할한 뒤 3개월만에 9%정도 주가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액면분할 이후 주식을 팔아 주가하락을 불러왔다는 것.

서울증권 여인택선임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액면분할이 실시되면 보유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외국인지분율이 31%가 넘는 SK텔레콤도 액면분할을 하면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D증권의 한 관계자도 “과거의 예를 볼 때 SK텔레콤도 액면분할 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동반하락 유발〓SK텔레콤의 주요 주주인 SK(지분율 27%)와 한국통신(18%) SK상사(8%) 등은 최근 SK텔레콤의 주가가 떨어지자 함께 하락했다. 작년말까지는 엄청난 지분법 평가이익 기대감으로 몸값이 올랐던 것과는 반대 현상.

여선임연구원은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이 22%가 넘기 때문에 액면분할로 SK텔레콤 주가가 떨어지면 이 종목들의 주가도 하락하고 종합주가지수도 하향곡선을 그리는 도미노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론〓모건스탠리딘위터 서울지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액면분할한 종목의 주가가 대체로 상승했듯이 SK텔레콤의 액면분할이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외국인투자자중에는 액면분할을 노리고 매입한 경우도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과거 액면분할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진 것은 목표수준까지 주가가 오른 상황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매도했기 때문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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