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인천제철 주의보'…박세용씨 회장취임 변수

  • 입력 2000년 1월 9일 19시 54분


현대그룹의 대표적 전문경영인인 박세용(朴世勇)회장이 지난주 전격적으로 인천제철 회장을 맡으면서 철강업계에 경계경보가 울렸다.

최근 사세를 급격히 키워온 인천제철이 현대그룹의 박회장을 받아들임으로써 사업확장에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천제철은 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강원산업과의 합병을 공식 결의, 생산능력 780만t의 세계 2위 전기로 업체로 재출범했다. 또 삼미특수강 인수 우선협상대상 업체로 선정돼 국내 최대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인 삼미특수강도 조만간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인천제철이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뒤 현대강관과 합병하는 시나리오까지 제기하며 현대측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회장의 부임으로 인천제철과 강원산업의 통합법인에 전문경영인을 선임해야 하는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됐다. 통합법인의 지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30%, 정몽구회장과 현대 계열사가 14.5%를 확보하고 있다. 인천제철측은 이를 의식, 일찌감치 통합법인의 경영은 전문경영인과 사외이사가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철강업계는 향후 박회장이 현대와의 무관성을 내세우면서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벌의 제철업 진출을 꺼리는 정부에 의해 발이 묶였지만 계열분리로 걸림돌이 사라졌기 때문.

현대 계열사가 한해 사용하는 철강재는 600만t으로 국내 수요의 17%. 마음만 먹는다면 철강업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계열분리가 되더라도 박회장이 맡고 있는 한 인천제철이 현대와의 관계를 사실상 유지할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는 이같은 잠재적 시장지배력에서 기인한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