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선단운영 허황된 꿈"…田공정위장, 송병락교수 옹호론 공

  • 입력 1999년 10월 28일 18시 28분


재벌개혁의 선봉장 역할을 맡고 있는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이 재벌의 친목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행태와 재벌옹호론을 펴온 송병락(宋丙洛)서울대부총장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재벌개혁에 대한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정부의 정책이 반시장경제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핵심인사가 ‘반개혁’움직임을 경고하고 나선 배경이 주목된다.

전위원장은 28일 한국건설경제협의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최근 ‘선단식경영 옹호론’을 주장한 송병락교수를 이름까지 거명하며 맹비난했다.

전위원장은 “선단식경영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미 전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학교수가 전경련 강연에서 형식논리를 동원해 선단식경영을 옹호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87∼90년 공정위 비상임위원을 지낸 송부총장의 경제 철학이 그렇게 달라질줄 몰랐다”면서 “그런 의견이 있다면 정부에 먼저 건의해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계에서 선단식경영의 사례로 거론하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한국 재벌과는 달리 관련사업체들로만 구성됐고 이중 세계일류가 아닌 부문은 과감히 매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GE는 최근 전통의 사업부문인 가전의 수익률이 6∼7%대에 머물자 매각과 함께 아웃소싱(외부조달)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했다며 GE내부에는 온정주의가 없다고 밝힌 책을 전위원장은 인용하기도 했다.

전위원장은 “재벌들의 선단식경영은 세계무역기구(WTO)시대의 무한경쟁시대에서는 허황된 꿈”이라며 “재벌들은 기업의 효율과 경쟁력을 극대화하는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은 배타적이 되고 경제유연성을 잃을 수 있다’ ‘재벌문제도 경쟁력 측면에서 풀어야 한다’는 일본 미야자키 이사무 전 경제기획청장관의 말을 선단식경영 무용론의 한 근거로 소개했다.

전위원장은 또 전경련의 기능과 관련해 “전경련은 업종별 대표로 구성된 모임이기보다 개별 오너중심의 조직으로 일본의 경단련(經團連)과는 전혀 다르다”며 “조직구성을 심도있게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전경련이 최근 정부의 재벌 개혁정책에 반대하는 극단적 이기주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처럼 무조건 반발만해서는 곤란하다”고 경고했다.

▼송병호교수 13일 강연요지▼

서울대 송병락(宋丙洛)부총장은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찬회에서 재벌의 선단식 경영을 옹호하고 정부의 재벌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강연을 했다. 송부총장은 “일본의 소니는 자회사가 1174개이고 미쓰이물산은 894개”라며 “세계적인 대기업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중기업 소기업을 선단으로 정렬해 경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은 2500억달러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4072억달러)의 4분의3에 불과한데 관계사들의 지원을 받지 않는 한국 기업이 외국 대기업을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선진 5개국의 경제규모 순서는 대기업 수의 순서와 일치한다”며 한국이 미국수준이 되려면 현재 9개인 대기업집단이 29개로 늘어야 한다고 지적.

송부총장은 이어 문어발식 경영으로 비난을 받는 재벌들의 사업다각화에 대해서도 “기업경영의 한 방법일 뿐으로 그 자체가 매도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진기자〉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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