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경영권 편법세습 추궁…公正委 국감 집중질의

  • 입력 1999년 10월 8일 18시 28분


8일 국회 정무위의 공정거래위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허태학(許泰鶴)삼성에버랜드사장 배정충(裵正忠)삼성생명사장 등 8명의 증인을 불러 재벌들의 계열사간 부당거래 문제를 강도 높게 추궁했다.

의원들은 특히 삼성그룹이 내부 계열사를 이용해 이건희(李健熙)회장 부자의 ‘편법적인’ 경영권 세습을 마쳤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국민회의 김민석(金民錫)의원은 “96년 이후 10%를 유지해오던 이회장의 삼성생명 소유주식은 올 3월 26%로 뛰어올랐고 재용(在鎔)씨가 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도 지난해 3월 2.25%에서 올 3월에 20.67%로 급증했다”며 “이는 삼성생명 상장을 앞두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삼성자동차문제를 처리하는 한편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삼성그룹의 후계구도를 완성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회장의 사재출연분인 삼성생명 400만주를 제외하면 이회장 지분은 6%로 낮아짐에 따라 삼성생명 주식의 20.67%를 소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최대 주주가 됐다.

한나라당 권영자(權英子) 김영선(金映宣)의원도 “이회장의 아들 재용씨는 삼성에버랜드의 주식 31.4%(62만7188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며 “재용씨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생명을 지배함으로써 삼성의 후계자 승계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은 “조사 결과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주식을 사들인 자금조달과정은 부당내부거래로 볼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LG그룹의 데이콤주식 위장분산 의혹도 제기됐다.

김영선의원은 “LG그룹이 올 3월 데이콤 정기주총에서 위장계열사가 보유한 데이콤주식 의결권을 회사 직원을 동원해 직접 행사했다”고 동원된 직원의 명단을 공개하면서 “LG그룹에 위장계열사가 없다는 지난달 3일 공정위 발표는 조사내용을 은폐 축소한 것”이라고 따졌다.

한편 강유식(姜庾植)LG구조조정본부장은 “위장계열사를 운영한 적이 없고 개별 기업들의 주주권 행사에 공모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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