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의 재벌관]70년대부터 비판-올 강경입장 선회

  • 입력 1999년 8월 16일 18시 3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재벌관이 ‘초심(初心)’으로 돌아간 것인가.

15일 8·15 경축사에서 김대통령이 사실상 ‘재벌해체’를 선언한 것을 놓고 그의 재벌관이 ‘옛날’로 복귀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즉 ‘대중경제론’을 펼 때의 ‘반(反)재벌’ 노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벌들의 기피인물〓김대통령은 잘 알려진대로 70년대 정치 전면에 나선 이후 줄곧 중소기업과 서민의 대변자임을 자임해온 인물. 반면 재벌구조에 대해서는 ‘배타적 독과점 체제’로 규정, 신랄히 비판했었다.

이같은 재벌관 때문에 그는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측으로부터 ‘반체제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재벌들로부터 ‘기피 인물’로 낙인 찍혔었다.

▽재벌 실체 인정〓그러나 80년대와 90년대 집권에 잇따라 실패하고 보수화의 길을 걸으면서 그의 재벌관은 ‘현실주의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만으로는 경제발전을 이루기 어려우며 재벌이 국가경제 핵심축의 하나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물론 안정 희구세력에 대한 득표전략의 일환이기도 했다.

대신 김대통령은 철저한 ‘시장원리’를 강조하고 나섰다.

“민주사회에서는 정치 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에 있어서도 국가권력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개인이나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 이같은 시장경제론은 재벌에 대한 비판보다는 ‘건전한 성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년 취임 초기 재벌과의 관계도 비교적 무난했던 편.

그의 과거 재벌관에 대해 긴장하고 있던 재벌들을 “재벌의 선단식 경영은 잘못됐지만 대기업에 적대적이거나 불이익을 주는 정책을 펴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로 안심시켰다.

▽올들어 강경노선으로〓그러나 김대통령은 올들어 눈에 띄게 재벌을 몰아붙이고 나섰다.

“재벌은 개혁한다고 했다가 여론이 수그러들면 지지부진해진다” “5대그룹이 개혁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마침내 “재벌체제는 더이상 시장에서 원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재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대통령이 그동안 재벌과 ‘힘겨루기’를 해보고 자신감을 얻자 본연의 컬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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