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재무회의]환란때 무차별 자금인출 방지 성공

  • 입력 1999년 5월 16일 20시 18분


韓-美재무장관
韓-美재무장관
16일 폐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는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진정됐음을 확인하고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의 성과는 외환위기 당사국들이 주장해온 ‘국제금융체제 개편방안’이 주요 추진과제로 채택된 것.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들의 입장이 많이 반영돼 △신용평가기관의 일방적인 평가에 대한 개선방안 △민간채권기관들의 책임분담 방안 △한국 등 신흥공업국의 금융안정기구 가입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 ‘위기극복의 모범사례’로 꼽힌 우리나라가 거둔 성과는 크게 두가지.

첫째는 한국측 제안이 주요 추진과제로 채택된 점이다.

외환위기 과정에서 무책임하게 자금을 인출하는 민간 은행들 때문에 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 의미를 퇴색시키므로 이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의 주장.하지만 월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금융자본은 이같은 제안에 부정적이었고 미국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동의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한 것.

두번째 성과는 선진국이 주도하는 금융안정기구에 한국이 회원으로 초대받은 것.

3월 미국 워싱턴에서 출범한 금융안정기구는 세계금융시장 감독기준과 단기자본이동 규제방안을 논의해 왔다. 한국이 이 기구에 참여하게 되면 국제금융 질서를 짜는데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이같은 성과는 한국이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경제회복을 어느정도 이룬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재벌개혁 등 구조조정과제를 지속적으로, 제대로 추진할지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미국은 한국이 재벌개혁을 마무리해야만 위기탈출이라는 보증수표를 내줄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각국 재무장관들은 “한국이 자만해선 안된다”고 충고했고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장관지명자는 “재벌의 부채비율 200% 달성 등 기업구조조정이 수행 가능한가”를 집중적으로 우리측에 물었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한국정부가5대재벌의개혁을 포함해 사회 각 분야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해야 했다.

〈랑카위(말레이시아)〓임규진기자〉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