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5월 12일 19시 09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국내기업이 이처럼 대규모 추가투자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다른 기업들도 그동안 보류해온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부문 등의 설비투자를 재개하고 있어 대기업 설비투자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12일 서울 태평로 본관 3층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회에서 “21세기 세계시장 선점을 위해 핵심역량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며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월드베스트 품목’을 적극 발굴하라고 계열사 사장단에 지시했다.
삼성은 이에 따라 연구개발(R&D)과 설비증설에 투자를 대폭 늘리고 선진국의 핵심기술인력을 적극 영입해 그동안 각사가 1품목씩 보유토록 했던 월드베스트 상품을 1사업부에 1품목씩 보유토록 지원키로 했다.
현재 삼성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한 품목은 D램반도체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컬러브라운관 등 12개 품목에 이른다.
삼성이 반도체 LCD 등 전자부문을 중심으로 올해 추가투자할 금액은 1조5천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의 투자규모는 IMF이전인 97년 6조원에서 작년 3조원으로 줄었다가 올해 4조원으로 다소 늘려 잡았으나 이번 추가투자로 IMF이전 수준에 육박하게 됐다.
이에 앞서 기아자동차는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에 중국자동차회사와 합작으로 세운 프라이드 생산공장을 7월15일부터 본격가동키로 했다. 97년 기아 부도로 보류돼온 이 사업은 기아를 인수한 현대가 3월 자금을 투자하면서 다시 추진됐다. 기아는 인도네시아 국민차사업과 브라질 터키 현지공장 등 그동안 중단했던 해외사업도 다시 재개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한화종합화학은 작년 중단했던 폴리염화비닐(PVC) 원료공장 공사(투자비 5백50억원 규모)를 올해초 재개했으며 롯데그룹의 호남석유화학은 고밀도폴리에틸렌(HFPE) 공장 공사를 7월까지, 산화에틸렌유도체(EOA)공장도 올 연말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LG화학은 다국적 화학업체인 다우사와 합작으로 3억2천만달러를 들여 연산 13만t 규모의 폴리카보네이트(PC)공장 신설에 착수, 2001년 완공할 예정이며 금호석유화학도 공장 신설을 추진중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축소일변도였던 기업투자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그러나 과거와 같은 대규모 신증설보다는 고품질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R&D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