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너지-기아自 인수, 현대 브랜드전략]

  • 입력 1999년 5월 11일 19시 45분


현대 LG 등 5대 재벌이 ‘브랜드’ 관리에 고심하고 있다. 빅딜로 사업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 거액을 들여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흔히 ‘상표(商標)’로 이해하는 브랜드는 마케팅의 기초자산. 브랜드 이미지에 따라 광고 판촉비용이 크게 달라지고 사업성패에도 영향을 준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등 외국 선진업체들은 브랜드 관리를 위해 매년 수억 달러씩 투입하는 형편.

한화에너지를 인수한 현대정유는 고심 끝에 한화에너지의 주유소 브랜드인 ‘에너지플라자’와 휘발유 브랜드인 ‘이맥스’를 모두 없애기로 했다. 한화에너지가 현대정유와 비슷한 시장점유율을 보이긴 했지만 ‘현대’라는 브랜드 이미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 이에 따라 전국 1천1백개에 달하는 한화 계열 ‘에너지플라자’의 지붕과 입간판 등이 모두 현대정유의 ‘오일뱅크’로 바뀔 전망이다.

현대정유 관계자는 “휘발유의 경우 업체마다 대대적으로 선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제품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휘발유 브랜드는 키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반면 기아자동차를 인수한 현대자동차는 ‘기아’와 ‘현대’ 브랜드를 모두 살리기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

현대자동차 이형근 기획조정실 이사는 “현대와 기아 모두 전차종 생산체제를 갖춘 만큼 앞으로 기아는 ‘중저가의 튼튼함’, 현대는 ‘첨단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아자동차 처리방침이 2년동안 표류하면서 해외 판매망이 붕괴돼 해외에서의 브랜드 관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반도체사업을 통해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부수효과를 거뒀던 LG그룹은 현대전자에 반도체사업을 넘기는 대로 대대적인 브랜드 이미지 재건에 나설 계획이다. 반도체를 빼는 대신 데이콤 인수로 강화될 정보통신 부문을 집중 부각시킬 예정.

반면 현대전자는 LG반도체를 인수하더라도 생산라인이나 제품구성에 거의 변화가 없는 만큼 현대의 브랜드관리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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