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승진하려면 산을 잘타라』

  • 입력 1999년 1월 24일 20시 17분


‘승진하려면 산을 잘 타라.’

주방가구업체로 유명한 ㈜한샘(사장 최양하·崔楊河) 임직원들에게 제1의 불문율로 통하는 말이다.

평생 산타기를 즐겨온 조창걸(趙昌杰)회장과 최사장이 거의 매주 부서별로, 혹은 전 임직원을 소집해 국내 유명산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낮이 아닌 심야에만 하는 산행. 여직원이라고 해서 봐주는 법이 없으며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근로자도 산행 소집엔 예외가 아니다. 등산화와 배낭은 전 직원의 필수품.

몇몇 직원이 꾀를 부려 산 밑에 숨어 있다 하산길에 합류한 사실이 적발된 뒤부터는 ‘올라간 길로는 내려오지 않는다’는 게 산행의 철칙이 돼버렸다. 때문에 만약 산행중에 지쳐 뒤지면 영락없이 고립되고 만다.

조회장은 “70년 회사 창립 이래 낙오된 직원은 한 사람도 없다”고 자랑한다. 그만큼 ‘목숨 걸고’ 산에 오른다는 게 임직원들의 한결같은 얘기. 직급이 높아질수록 등산은 빈번해진다. 매주 임원회의 직후에는 조회장과 최사장이 앞장서서 전 임원이 반드시 철야 산행을 한다.

올들어서도 벌써 수차례의 크고 작은 등산 행사를 치렀다. 2일 시무식을 끝낸 직후에는 8백여명의 전 임직원이 공장문까지 닫고 등반에 나섰다.

덕분에 한샘 직원들은 국내에 가보지 않은 산이 없다. 회사에 근무한 지 오래된 직원들은 서울 교외의 산부터 제주 한라산에 이르기까지 몇 번씩 오르내렸다.

최사장은 “혼자라면 낮에도 오르기 힘든 산을 합심해 밤에 가뿐히 정복한다”며 “산행은 임직원간에 대화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소중한 기회이자 회사경영의 원동력”이라고 자랑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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