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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월 17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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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방침만 믿고 출자전환을 신청했던 기업들은 출자전환은 받지 못한 채 금융권으로부터 대출금 상환요구에 시달리는가 하면 대외신용이 크게 떨어져 영업에도 막심한 피해를 보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17일 재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의 방침에 따라 지난달초 5대그룹이 8개 계열사에 대해 출자전환을 신청했으나 금감위측은 일부 대상기업을 재선정하라는 지시만 내렸을 뿐 한달이 지나도록 선정작업을 미루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초 5대그룹에 재무구조가 취약한 주력계열사를 선정, 의무적으로 출자전환을 신청하도록 했으나 최근에는 제일은행 매각 등으로 신경 쓸 여력이 없다며 미온적인 입장.
5대그룹도 금융기관의 출자전환 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계열사를 재선정했다가 괜히 신용도만 떨어질 것을 우려, 아예 선정작업에서 손을 놓고 있다.
그러나 이미 출자전환 대상으로 거론됐던 해당기업들은 금융당국의 불분명한 입장 때문에 골병이 들고 있는 실정.
출자전환 대상으로 신청됐던 A사의 경우 지난달 금융권의 신규여신이 완전중단된데 이어 최근에는 기존대출금 상환요구까지 쇄도해 극도의 자금난에 빠졌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출자전환 계획도 없이 소문만 요란하게 내는 바람에 자금난만 심해졌다”고 말했다.
자금난을 겪기는 C사도 마찬가지. C사는 작년말 기업어음(CP)을 발행하려 했으나 출자전환대상 기업이 될 것이라는 소문 때문에 은행권으로부터 인수를 거부당했으며 회사채도 1.5%의 가산금리가 붙어 막대한 조달비용을 감수하면서 발행해야 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위 관계자는 “재선정 지시에도 불구하고 각 그룹이 출자전환 계열사를 확정하지 않아 금융권도 적극 추진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난번처럼 물리적 시한을 두고 강제할 경우 잡음만 일으킬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출자전환의 조건과 기준, 시행 여부는 물론 언제까지 재신청해야 하는지조차 밝히지 않은 채 시간만 끌고 있다”며 정부 정책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