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죽전개발지구 지정 문제점]

  • 입력 1998년 10월 15일 19시 43분


경기 용인시 죽전지구는 분당신도시와 수지지구에 인접한 노른자위 주거지역이다.

수도권 최고의 관심지역인 이곳에서 16개 주택건설업체와 주택조합이 그동안 아파트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였다.

건설교통부가 이번에 죽전지구를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하자 기존 주택사업자들은 연일 시위를 벌이며 쉽게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이같은 기득권 보상 문제 외에도 인구과밀화에 따른 물 부족과 분당신도시 일대의 교통여건 악화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기존 사업자 현황〓지구 지정 이전에 죽전지구에서는 12개 주택업체와 4개 주택조합이 10개 부지에서 모두 1만1천2백18가구의 아파트 사업을 벌였다.

택지개발이 시작되면 대부분의 사업부지를 토지공사가 수용한다. 기존 사업자들은 수도권 요지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땅을 사들였다. 토공 수용가격은 통상 시가 이하.

토공은 14일 “사업부지를 택지개발 예정지구에서 제외하지 않는 대신에 선별적으로 구제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으나 기존 사업자들은 대부분 구제대상에 포함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손발 안맞는 행정〓용인시는 작년 1월 25일 토공이 죽전지구 지정을 건교부에 건의한 이후에도 죽전지구내의 아파트사업 관련 인허가를 내줬다.

용인시 관계자는 “택지개발 관련 부서와 인허가 담당 부서가 다른데다 지구 지정이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자격요건을 갖춘 업체들에 사업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경기 남양주시가 7일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된 진접지구 아파트 사업에 대해 인허가를 일절 내주지 않은 것에 비춰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용인시는 작년에 △급수대책 미비 △기반시설 절대부족 등을 들어 죽전지구를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지정하는데 반대한다는 의견을 건교부와 경기도에 세번이나 냈다.

건교부와 토공은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고 민간 사업자들의 마구잡이식 개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지구 지정을 강행했다.

▼물 부족과 교통대란〓용인시는 현재 남사면 원남면 등 미급수지역(용인시의 28%)은 물론이고 10개 택지개발지구에도 수돗물을 공급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6만가구 규모의 아파트 사업 60건이 수돗물 부족으로 사업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용인시 관계자는 “죽전지구 2만2천가구(약 6만8천명)에 대해 하루 3만t 가량의 물을 공급하는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실토했다.

죽전지구는 분당 수지1,2지구 신봉지구 등과 아울러 ‘수도권 최악의 교통지옥’에 갇혀 있다. 14개 택지개발지구가 속속 개발되면 출퇴근 시간에 10만대의 차량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 가능한 도로는 경부고속도로 성남대로 분당∼내곡 및 분당∼수서 도시화고속도로, 393번 지방도 등이 전부.

▼공공택지개발 문제점〓건교부와 토공 관계자는 “사전조사를 해도 후보지의 지형지물 상태나 기반시설 규모, 지장물 등을 파악하는데 그치고 토지 소유 현황과 개발사업 진척 현황 등에 대해서는 조사할 엄두를 못낸다”고 털어놓았다.

‘택지개발 예정지구 지정 검토’라는 말만 나와도 투기꾼이 몰려드는 현실에서 은밀한 사업추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들어 부동산 투기여건이 거의 사라졌으므로 택지개발 예정지구 지정은 거론 단계부터 공개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지적이 많다.

다가구주택, 주거용오피스텔 등을 감안하면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현재 90% 가량 되므로 물량 채우기식 수도권 택지개발을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죽전지구 지정 일지

97.1.25〓토공, 건교부에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 건의

2.5〓건교부, 용인시에 의견 조회

4.14〓용인시, 건교부에 반대 의견 제출

4.29〓용인시, 건교부에 죽전지구 지정의 문제점 보고

5.30〓경기도, 용인시에 의견 조회

6.16〓용인시, 경기도에 지정반대 의견 회신

10.31〓농림부, 집단화된 우량농지 제외 요구(반영됨)

98.4.27〓관계기관 협의

6.23〓조치 계획 제출

8.24〓주택정책심의위원회 심의 요청

10.7〓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고시

<이철용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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