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노사협상 타결]9개銀 연내 9천여명 감원

  • 입력 1998년 9월 29일 19시 49분


밤샘협상 끝에 금융노련 새벽녘 돌연 총파업선언(29일 오전 6시경).

이에 반발한 제일 서울은행 등 개별노조의 파업유보선언(오전 7시경).

재협상(오전 9시반경).총파업 철회선언(낮 1시경).

9개 은행 노사협상은 이처럼 숨가쁘게 진행돼 작년말 대비 32%의 인원감축에 합의했다.

▼감원 규모〓합의에 따라 감원후 9개 은행 인원은 3만6천6백35명이 돼야 한다. 8월말 현재 인원(4만5천6백61명) 가운데 9천26명이 추가로 직장을 떠나야 한다. 9개 은행은 추석 직후 희망퇴직 방식으로 감원 대상자를 골라낼 계획이다.

각 은행이 내부적으로 정한 ‘우선 퇴직 대상자’기준은 △징계를 받았거나 은행에 직접적으로 손실을 초래한 사람 △금융사고 관련자 △업무평가가 나쁜 사람 △직급별 고령자 △부부 행원중 한쪽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진행〓금융노련측은 경찰병력 철수를 요구하며 총파업시한인 29일 0시를 넘기도록 버티다 새벽 2시경 경찰력 철수와 상관없이 협상에 나섰다.

노사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사대표인 유시열(柳時烈)제일은행장과 추원서(秋園曙)금융노련위원장이 세차례의 단독 대표자교섭을 벌였다.

하지만 ‘작년말 기준으로 33%를 올해말까지 줄이자’는 사측안에 조흥 외환 상업 한일 등 대형 시중은행 노조가 반대, 추위원장은 오전 6시경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이미 25%를 줄인 제일은행과 감원부담이 적은 평화 강원 충북은행이 금융노련의 결정에 반발, 곧장 개별협상에 나섰다.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의 막판 중재로 오전 9시반경 노사가 다시 협상을 재개했다. 3시간여에 걸친 막판 협상으로 이날 낮 1시경 노사 양측은 합의안에 서명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노련의 득실〓인원감축비율을 40%에서 32%로 줄이고 특별퇴직금을 3개월치 임금분에서 8∼9개월(3급이상)과 11∼12개월(4급이하)로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노련은 명동일대에 2만여명의 조합원을 동원하는 조직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총파업을 선언한후 오히려 조합원들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리는 무기력을 드러냈다.

▼금감위의 득실〓금감위로선 파국을 피했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노조에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해 그동안 나름대로 일관성있게 추진해왔던 금융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노사간 협의를 아예 무시하고 무리하게 인원감축을 추진한 것은 금감위의 폐쇄성 탓이란 평가를 듣게 됐다.

〈이강운·송평인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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