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명퇴금실태]25년근속 부장 퇴직금 5억넘어

  • 입력 1998년 7월 21일 19시 22분


국민 세금으로 보조를 받는 공공 기관이 퇴직 임직원들에게 공무원이나 일반 기업체 직원보다 4∼10배 많은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고 있다.

기획예산위에 따르면 올 1∼7월 명퇴를 실시한 한국통신공사는 퇴직자 2천6백61명중 6백18명만 일반퇴직으로 분류하고 나머지 2천43명에게 명예퇴직 혜택을 부여했다. 한국은행은 7백2명중 6백47명이 명예퇴직자다.

명퇴자가 이렇게 많다보니 퇴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통신공사는 퇴직금으로 3천9백57억원을 지급했다. 한국은행은 1천3백48억원의 퇴직금을 지출했다.

국민은행 부장(31년근속, 정년잔여기간 4년)의 퇴직금 수령액은 법정퇴직금 2억6천3백만원, 명예퇴직금 1억9천2백만원 등 총 4억5천5백만원에 달했다.

도로공사 부장(29년근속, 정년잔여 4년1개월)은 퇴직금으로 모두 5억4천9백만원을 챙겼다.

한국전력은 올 상반기에 2백60명을 명예퇴직시키면서 퇴직금으로 7백20억원을 지급했다. 1인당 평균 2억7천6백여만원씩 지급한 셈. 정년을 1년 앞둔 한 간부는 명예퇴직금을 합쳐 4억5천만원을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1급 처장으로 32년 근속한 한 간부는 4억7천여만원을 받았다.

수출입은행은 정년이 5년 남은 25년 근속간부에게 4억7천9백만원을 퇴직금으로 쥐어줬다.

한국관광공사는 기능직에 속하는 운전기사(20년 근무)가 일반퇴직금 1억3천만원에 명퇴금 4천만원을 포함해 1억7천여만원을 받았다.

올 1·4분기 명예퇴직한 공무원 9백1명의 퇴직위로금은 평균 2천9백만원에 불과하다.

올해 4∼6월 세차례 명예퇴직을 실시한 현대자동차는 20년 근속한 부장급에게 일반퇴직금 8천여만원과 명예퇴직금 1천7백만원 등 9천7백여만원을 지급했다. 올 4월에 명예퇴직을 실시한 삼성전자도 20년 근속한 고참부장의 퇴직금이 1억원을 넘지 못했다.

공기업의 퇴직금이 이렇게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퇴직금 누진율이 일반 기업보다 훨씬 높기 때문.

일반 기업은 대부분 누진제도 없이 1년 근무시 1개월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공기업은 1.75배 정도의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

명퇴금 산출의 근거가 되는 기준급여도 높게 잡아놓고 있다. 공무원은 기준급여를 수당과 상여금을 제외한 기본급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공기업은 제수당 상여금 복리후생비를 모두 포함시키고 있다. 석탄공사 광업진흥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은 본부장에게도 명퇴금을 지급했다.

기획예산위원회 배국환(裵國煥)재정1팀장은 “공기업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주인없는 회사’라는 인식이 팽배해 이같은 나눠먹기식 퇴직금 제도를 즐기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공공기관의 퇴직금 부문 모럴해저드를 확실히 시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임규진·서정보기자〉mhjh2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