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방출 18조중 17조 재예치…市銀,기업대출 외면

입력 1998-05-29 19:39수정 2009-09-25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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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서 푼 돈이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한은 금고로 다시 돌아온다. 한은은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에 필요한 재원을 대주기 위해 작년말부터 최근까지 시중에 총 18조원을 풀었다. 그런데 1조원만 기업에 대출되고 17조원은 다시 한은에 재예치됐다.”

29일 열린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전철환(全哲煥)한은총재는 금융경색 현상이 심화한 이유의 하나로 이같은 상황을 설명했다.

한은은 성업공사가 발행한 부실채권정리기금채권 2조원, 예금보험기금채권 6조5천억원을 인수한데 이어 최근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총액한도대출을 2조원 증액했다. 또 종합금융사의 영업정지로 묶인 콜자금 7조5천억원을 지원해달라는 시중은행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그만큼의 자금을 내줬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이렇게 받은 자금을 기업에 대출하지 않고 금융기관간의 단기대출에 쓰거나 한은이 발행하는 환매조건부채권(RP)과 통화안정증권 등에 투자, ‘고금리놀이’에 열중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은에서 나간 돈이 제 역할을 못하고 한은 금고로 되돌아가는 것.

은행이 RP 등에 투자한 돈은 잔액기준으로 이날 현재 45조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전인 작년 11월말의 18조6천억원에 비해 무려 26조원 이상 불어났다.

‘언제 떼일지 모르는’ 기업에 대출하느니 안전하고 금리도 연 17∼18%로 높은 국채와 콜대출로 운용하겠다는 것이 시중은행들의 계산이다.

이러는 사이에 기업들은 자금난에 몰려 연쇄도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이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해 돈을 쓰지 않으니 한은이 돈을 풀어봤자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한편 시중은행들은 “신용이 붕괴한 상황에서 어떤 기업을 믿고 돈을 빌려주겠느냐”는 입장.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도 생존을 위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한다”며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앞으로 구조조정기금 재원으로 50조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하고 이중 상당부분을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떠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예상된다는 점.

결국 금융 및 기업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완결,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한은측 지적이다.

<이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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